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 나는 고3 수험생부의 교사로 봉사를 하고 있다. 고3 부서라는 특성때문에 주일 예배가 오전 8시에 시작한다. 행정팀에 속해 있는 나는 매주일 7시 30분까지 교회에 도착해야 한다. 평일보다 주일에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 빼 놓고는 그리 신경쓸 큰 행사들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다. 다른 주일학교의 수련회가 보통 평일에 2박 3일 정도 하는 것과 비교하면 고3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1박 2일, 그것도 토요일 오후에 갔다가 주일 점심쯤 돌아오는 수련회 정도가 년중 큰 행사중의 하나라는 것만 봐도 크게 신경쓸 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능도 끝나고, 이제 학생들의 졸업을 앞두고 있는 지금, 하나 남은 행사가 있었으니 바로 '졸업여행'이다. 졸업여행이라고 해봤자 이것도 1박으로 다녀오지 않고 주일 고3부 예배 후에 떠나서 저녁쯤에 돌아오는 당일코스 여행이다. 작년엔 춘천인가 어딘가를 갔다 왔다고 한다. 당일에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겠지만 그래도 바다같은데 가서 바람좀 쐬고, 근처 식당같은 데 미리 잘 예약해서 따뜻한 식사 한끼 하고 오는 정도로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전 돌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 졸업 여행은 '롯데월드'로 가기로 했단다. 바다같은데 갔다 오는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사실 가서 볼 것도 별로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결국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으로 다녀오자는 의견이 우세하여 결국 '롯데월드'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 듣고나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 뿐이었다. 도데체 졸업여행이라는 곳을 '롯데월드'라는 곳에 가서 뭘한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단체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교회에서 애들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끊어주고 거기서 각자 놀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졸업여행'이라는 타이틀과 조금이라도 어울릴만한 의미는 하나도 없는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서 고작 한다는 이야기가 아이들이 바다같은데 가는 것보다 롯데월드 가서 노는 걸 좋아하니 그게 더 좋은 생각 같다는 말이다.
별거 아닌 졸업여행 목적지라고는 하지만 나름대로 할말이 많기도 하지만, 그냥 거두 절미하고 결론만 말하면 졸업여행지로 '롯데월드'를 가기로 했다는 것에서 나는 참기 힘든 어이없음을 느낀다. 롯데월드밖에 갈 곳이 없다면 졸업여행 까짓거 안가버릴 수도 있다. 여행 아닌 다른 좋은 행사를 기획할 수도 있다. 자유이용권 1인당 만5천원만 쳐도 교사까지 합쳐 350명 정도면 자유이용권 입장료만 해도 500만원이 넘는 돈이다.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좋은 일들은 얼마든지 있다.
교회입장에서 500만원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그 돈이 교회가 무슨 부가가치를 창출해서 벌어들인 수익이 아닌, 성도들의 헌금으로 이루어졌을텐데 좀더 신중하게 사용했으면 한다. 믿음없는 성도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 꼬박꼬박 헌금내고 있는 나로서는 내가 정성스럽게 낸 헌금이 이런식으로 롯데월드 입장료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은 불경스럽게도 내가 이 교회에 헌금을 과연 성실하게 내야하는가에 대해서 다시금 고민하게 만드는 일이다.
* 다행스럽게도 엊그제 롯데월드 건물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가 난 후 오늘로 롯데월드가 폐쇄되고 4개월간 보수공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졸업 여행으로 롯데월드를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할렐루야~ 하늘이 도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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