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음악시간에 '메기의 추억'이라는 노래를 배우면서 난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곳~'에 나오는 메기가 물고기 메기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금잔디 동산에 메기가 앉아 있다니 꽤나 몽환적인 노래라고 생각했고, 하필이면 다른 물고기도 아니고 메기일까 생각했다. 도데체 물고기 메기랑 앉아서 뭐하고 노는 걸까 궁금해서 음악선생님에게도 물어봤는데, 늘 그렇듯이 내가 뭔가 질문하면 궁금해서 질문하는 게 아니라 장난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질문하는 것으로 치부하며 넘겨버리셨다.
그 음악선생님도 메기가 물고기라고 생각했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어이없는 질문을 해서 답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셨을까...내 기억으로는 그 선생님도 물고기 메기로 알고 계셨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순진한 몇명이 계속 궁금해 했는데, 무심한듯 대답을 안하신 걸로 볼 때 우리의 장난에 응대하지 않겠다는 의도보다는 당신도 모르는 내용이기에 시치미 떼고 있었던듯 싶다. 암튼 난 그 메기가 물고기 메기인줄로 아는 상태에서 수능도 무사히 치르고, 대학도 무사히 들어왔다.
그 후, 97년 대학교 4학년 시절 압구정동에 있던 신나라음반에서 열심히 음반을 고르고 있던 나는 황토색 바탕의 2장짜리 음반이 매장의 플레이어에 들어볼 수 있게 되어있는 것을 보았다. 러시아의 한 복스럽게 생긴 가수가 여러 민요들을 부른 약간은 아스라한 슬픔이 묻어나오는 느낌의 음반이었다. 목소리가 애절한게 꽤나 들을만 했고 이 트랙 저트랙 넘기다 보니 익숙한 이 노래가 나오는 것이었다. '물고기 메기는 영어로는 뭐라고 하나 보자~'하는 생각에 노래를 계속 듣는데, 영어로도 '메기~'라고 하는 거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인가 이해하지 못한채 멍한 상태로 시디 자켓을 이리저리 보다가 마침내 '메기의 추억'의 메기가 물고기 메기가 아닌 Maggie라는 여자 아이의 이름이라는 것, 사랑하는 Maggie를 잃은 슬픔에 그녀를 그리는 노래가 바로 이 '메기의 추억'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내 스스로도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지.....어쩐지 어릴적 물고기 메기 잡아서 금잔디 동산에서 놀던 추억을 노래하는 곡 치곤 목소리 높여서 부르면 괜시리 눈물이 글썽이는 조성이 좀 안어울린다 했다.
'Impressions > The Youth's Magic Hor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카카오 99% (2) | 2006/11/23 |
|---|---|
| 자동변속기 차량 효율적 운전요령 (0) | 2006/11/17 |
| 착시현상 (0) | 2006/11/07 |
| 도둑에 대한 기억 하나 (4) | 2006/10/30 |
| 메기의 추억 (3) | 2006/10/25 |
| 블로그 스킨과 씨름하기 (0) | 2006/10/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