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는 교인수에 비해 건물 수용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소망관 건물은 거의 대목철의 길 좁은 도때기 시장속처럼 북적댄다. 성인예배와 여러 주일학교 예배가 동시에 끝나는 시간에는 건물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과, 주일학교에 있는 자신들의 자녀를 찾으러 건물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동시에 몰려들어 계단을 통해 한층을 오르고 내려가는 데에도 수 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암튼 그래서 몇달전에 시행한 것이 계단 일방 통행제다. 한쪽 계단은 올라가는 전용 계단, 다른쪽에 위치한 계단은 내려가는 전용 계단이다. 일층 출입구도 교회 본당쪽 출입구는 출구 전용, 반대쪽 출입구는 입구 전용으로 되어 있다. 처음엔 이게 무슨 군대식 통제인가 의아해했는데, 확실히 소망관 소통이 원활해진 것을 보며 나름 일방통행제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 이 제도가 이렇게 짧은 시간안에 정착하고, 다들 이 제도 시행에 따른 수혜를 받고 적극 협조하게 된 데에는 각 층의 모든 출입구마다 서서 오고가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안내하는 봉사자의 수고가 크다. 난 주일학교 교사 봉사같은 것은 할 수 있어도, 죽어도 이런 단순 봉사는 답답하고 짜증나서 하지 못할 것 같은데, 웃음으로 친절하게 이런 일을 감당하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어제였다. 이렇게 북적대는 소망관도 예배가 끝나고, 시작하는 시간대에만 붐빌뿐 예배가 진행되고 있는 시간에는 한적하기 그지 없다. 교회 근처 스타벅스에서 아내와 커피 한잔 마시고 서일중학교에 주차해 놓은 차로 가는 길에 화장실에 들르려고 소망관 1층 화장실로 후다닥 들어갔다. 내가 들어간 출입구는 일방통행제에 따르면 출구 전용이었는데 내가 그쪽으로 들어간 것이다. 물론 그 시간은 아직 예배가 한창이라 출구, 입구 모두 썰렁하기 그지 없는 상태다. 화장실 갔다 나오니 아내가 나를 뒤따라 들어오다 입구에 안내로 서있던 분으로부터 이쪽은 출구 전용이므로 반대쪽으로 들어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화장실 가는 거라는 말에도 어쨌든 반대쪽 입구 전용쪽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거의 화를 버럭 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웃음부터 나왔다. 내가 화장실이 급하게 뛰어들어가지 않았다면 출구전용쪽으로 들어가는 나 또한 제지하려고 했을터인데 내가 직접 당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 뻔하다. 열라 짜증나는 표정으로 한번 쏘아붙여주거나 너는 짖어라 나는 간다는 식으로 무시해버렸을 것이다.

봉사하는 분들 보면 참 존경스러운 분들이 한 둘이 아닌데, 간혹 가다 보면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꼴통 봉사자들이 있다. 예배 시작전에 통로쪽에 앉아 있는 교우를 안쪽자리에 앉게 하는 것도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배 시작전 일찍 나와 조용히 묵상하고 있는 사람 툭툭 치며 가운데 자리로 들어가라고, 마치 일찍 와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무슨 큰 잘못이나 한 듯이 대하는 사람도 있다. 이후에 온 사람들이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번잡하니 편의를 위해서 그런다는 것인데, 도데체 예배시간에 일찍 온 사람의 묵상 시간이 예배시간에 늦게올 사람의 편의를 위해서 방해받아야 하는 당위는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모르겠다. 서로의 편의를 위함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무례하고 집착에 가까운 봉사자들은 짜증스러울 뿐이다.

일방통행제도 그렇다. 필시 예배 끝나는 시간의 혼잡함을 줄이기 위해 시행한 것일터인데, 한산하기 그지 없는 때에 지나가는 사람마저 통제하고 화를 내는 것은 봉사의 열심으로 보기보다는 꼴통스러운 집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일방통행 통제하는 봉사자가 꼴통인 것은 그냥 웃고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꼴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열심으로 봉사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좀더 높은 위치에서, 가끔은 교역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꼴통고집을 마치 순수한 믿음의 결정체인듯 하는 것을 보면 짜증 이빠이다.

아니...곰곰히 생각해보면 짜증보다는.... 불쌍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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