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플레이어는 커녕 mp3 파일이라는 것조차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생소하던 시절 기본 메모리 64MB짜리 mp3 player를 21만원에, 거기다 64MB 메모리 확장하는 데 드는 비용 9만원을 더하여 도합 30만원에 128MB 용량의 mp3 플레이어를 샀던 적이 있다. 몇번 사용해본 결과 딱 잡아서 무슨 특정한 잡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상하게도 그 기기로 1시간 정도 음악을 들으면 귀가 따끔거릴 정도로 아팠다. 결국 어디로 간지도 기억도 나지 않을 구석에 박아 놓은 채 다시 CD 플레이어를 듣는 생활로 복귀했다.
그 후 1년 정도 시간이 흘러 다시 mp3 플레이어를 샀으니 아이리버에서 나온 삼각기둥 모양의 512MB용량의 플레이어를 중고 장터에서 31만원에 구입했다. 그리곤 예전과는 달리 대 만족하며 꾸준히 사용했다. 음질도 좋고, 편리하기도 하고, 라디오도 나오고, 녹음도 되고, 인코딩도 되고, 라디오를 직접 녹음할 수도 있고 한마디로 편리함 그 자체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것이 바로, 지금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Apple의 iPod 4세대 40GB mp3 플레이어다. 아이리버를 사용하다가 약간의 의구심과 걱정스러운 마음을 갖고 처음 접하게 된 iPod은 놀라움과 경이 그 자체였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리버의 곡 탐색 방식 즉, 윈도우의 폴더 개념으로 되어있는 곳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고 편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폴더라는 개념도 없이 단지 mp3의 태그 정보만 가지고 곡들을 정렬한다는 iPod의 곡 정렬 방식에 치명적 한계가 있으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이었으나 금새 이 방법이 기존의 폴더 정렬식 방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과, 그런 효율적 방법을 또한 손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iPod의 interface에 또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iPod의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다. iPod의 interface가 무척 불편하다고 오해하고 있던 때에도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멋진 디자인의 iPod을 한번 사용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iPod의 디자인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1년전에 회사에서 우리팀 샘플로 샀던 아이리버의 U10이라는 제품을 최근에 내가 사용하게 되면서 다시 아이리버의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이 단번에 느껴졌다. Direct Click이라는 신개념과, iTunes를 본딴 iriver plus라는 툴을 사용하여 iPod과 비슷한 태그 기반의 곡 정렬 구조를 갖곤 있지만 여전히 interface는 iPod의 편리함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싸이월드를 사용한지도 꽤나 오래 된 것 같다. 처음 싸이월드가 뭔지, 일촌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싸이월드를 하는 바람에 느지막히 들어갔던 곳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이리저리 다른 사람들의 미니홈피를 넘나들고, 글을 남기고, 사진을 퍼오고 하는 식의 구조는 그 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색다름이었다. 간단한 것 같은 아이디어 하나가 이렇게 재미있고, 신기한 세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또한 신기할 따름이었다.
싸이월드는 딱 거기까지였다. 일단 태생적으로 너무 작은 크기의 창으로는 글다운 글을 쓰기도, 사진다운 사진을 올리기에도 결코 적당한 곳이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곳이라는 이유로 계속 그곳을 사용하긴 하면서도 뭔가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내가 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블로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한참 전부터 들었다. 하지만 쉽사리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것은 첫째는 싸이월드에서 그간 가꿔온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아쉬움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레 두번째, 즉 싸이월드의 신기함과 매력도 몇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색바랜 곳으로 변하게 되는데, 내가 어느 다른 블로그로 간다고 하여 또한 그게 얼마동안이나 효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옮겨갔다. 이왕 옮겨간다면 촌스러우면 촌스러운대로 내 스타일에 딱 맞게 만들 수 있고, 이후에도 내가 들어간 공간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자료는 그대로 다른 곳으로 옮기기 편한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내 생각에 나름 딱 들어맞는 곳이 바로 이곳 Tistory라는 공간이었다. 비록 베타서비스 기간이긴 하지만 능력이 되는 한 자유자재로 꾸밀 수 있는 공간으로는 손색이 없는 곳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난 며칠, 여유있는 시간을 투자하여 뚝딱뚝딱 만들면서 이것 저것 블로그의 기능을 보다 보니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몇개 있었다. 첫째는 이미 podcast를 통해서도 알고 있었던 rss다. 이 프로토콜만 잘 사용해도 여러곳에 있는 블로그들의 새글들을 보는데 있어 어려움이 없을 듯 하다. 두번째로는 트랙백 개념이다. 아마도 이 트랙백이라는 개념이 결국에는 블로그라는 또다른 세상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줄 도구인 것 같다. 단순히 글들에 댓글을 달고 하는 수준을 넘어 자유롭게 누군가 쓴 글과 연관된 글들을 쓰고, 이를 엮는 것들이 결국 블로그 공간에서의 주된 소통의 도구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시험 삼아 해보았더니 내 블로그는 Tistory에서 서비스 되는 블로그라 하더라도 네이버 블로그의 글들과 엮는 것도 문제 없음을 확인했다.
싸이월드가 단순히 지인의 미니홈피 방문해서 방명록 남기고 사진 몇개 보고 답글 남기는 것에서 끝나는 수준이라면 블로그라는 공간은 잘만 사용하면 서로의 생각을 심도있게 토론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은 실제 만나서 대화하는 것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것 같기도 하다.
싸이월드가 개중 그나마 나은 곳이라고 알고 있던 내가 블로그의 진정한 개념을 조금이나마 맛본지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블로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마치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가 세상에서 가장 좋고, 가장 편리한 기기라 생각했던 내가 iPod을 만져보고 또다른 세상을 만난양 놀라워 했던 것 처럼, 지금 블로그를 접한지 일주일도 채 안되는 내가 넷트웍 상의 또다른 세상을 만난 것에 대해 놀라워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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