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는 <얼간이>의 후속작이다. <얼간이>에 나왔던 무사 헤이시로와 그의 양자가 될 예정인 소년 유미노스케를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면에서 <얼간이>와 동일한 구성을 갖고 있다. 물론 그 외에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도 새로 등장한 인물 몇 명 외에는 상당수가 <얼간이>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얼간이>를 통해 뭔가 엉성한 듯, 게으른 듯 보이면서도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을 갖고 있는 헤이시로에게 반했던 독자라면 다시 그를 소설 속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하루살이>라는 소설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일 것이다. 물론 헤이시로 뿐만 아니라 <얼간이>의 다른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얼간이>에서 뎃핀 나가야의 관리인으로 있었던 사키치의 과거사와 얽혀 있는, 소설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전작에서 등장한 인물들의 관계가 다시 새롭게 조명되는 것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살이>야 말로 제대로 된 연작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다. 서로 독립적인 사건들이 짧게 짧게 이어지면서 마치 동일한 주인공을 내세운 단편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그렇게 서로 독립적인 이야기로 보이던 것들이 결국에는 서로 연관성을 갖게 되며 하나의 큰 장편 소설로 구성되어버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구성력에서 찾을 수 있다. 서로 전혀 다른 사건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연작 소설들 중 이 책의 제목과 동일한 ‘하루살이’라는 제목을 하고 있고 분량도 가장 많은 작품 속의 사건을 해결하다 보니 앞의 독립적 사건들이 하나로 꿰어지게 되는 형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다시 되돌아 봐도 작품 하나 하나는 여전히 독립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진 소설임에는 틀림 없는데, 고개만 살짝 돌려 다시 보면 하나의 장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는 잔 재미라고나 할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물은 미야베 자신이 말했듯이 인간에 대한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미야베의 소설이니 살인 사건이야 흔치 않게 나오고, 또 에도 시대물이다 보니 귀신이라든지 그 시대의 괴담 같은 다소 섬뜩한 소재들이 자주 작품 속에 나오곤 하지만 결국 작품 속에는 그의 의도대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섬뜩한 사건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들여다보는 등장 인물들의 지나온 삶의 과정이라든지 숨겨온 감정의 너머에는 안타까움을 동반한 공감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정작 사건을 다 해결해 놓고 보니 범인도 좀 황당하고, 사건의 계기도 좀 황당하다 싶으면서도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계속 찾아서 읽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건에 등장한 인물 하나 하나에 대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충분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보통 추리물의 경우에는 누가 범인이고, 그가 어떻게 범행을 모의해서 실행했는가의 전후 과정의 치밀한 구성에 관심을 갖게 되고 또 그런 사건의 전말이 기억에 남곤 한다. 그에 비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누가 범인이었는지, 또 왜 그런 범행을 저지르게 되었고, 어떤 식으로 범행을 진행했는가의 기억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물가물해진다. 반면 사건 속에 등장했던 인물에 대해서는 마치 내가 현실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을 기억하듯이 그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었는지, 또 성격은 어떠했는지, 전체적인 인상을 어떠했는지 등의, 사람에 대한 기억이 꽤 오래 가는 것 같다. 아마도 이는 사건을 중심으로 필요한 인물들을 상황에 맞춰 배치하는 것이 아닌 인물 하나 하나에 대한 디테일한 구성을 기반으로 사건을 그에 맞추는 것처럼 보이는 미야베의 구성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무사 헤이시로를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 느끼는 것도 어쩌면 그가 또 어떤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보다는 그가 또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방에서 뒹굴 대고, 오토쿠의 가게에 들러 한담을 나누고 하는 일상 속의 그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짧지 않은 작품인데 어쩌다 보니 또 정신 없이 읽어버렸다. <얼간이> 읽고 난 후, 미야베의 에도 시대물이 맘에 들고, 또 무사 헤이시로의 어리숙함이 맘에 들었다면 <하루살이>는 꼭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