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을 뒤늦게야 읽었다. 출간된 지 겨우 6개월 지났을 뿐인데 하루에도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겪는 게 다반사인 대한민국 정치환경 이어서인지 책의 내용은 벌써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듯 했다. 책의 내용 자체야 문재인이라는 한 인물이 살아온 인생의 발자취와 참여 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보위하며 했던 일들을 나열하고,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 그리고 서거 후 2년 정도 지난 지금까지의 일을 서술한 것이기 때문에 6개월 사이에 크게 달라져야 하거나 업데이트가 필요한 내용은 아니다. 다만 집필자인 문재인이라는 인물이 대한민국 정치판에서의 위치와 위상이 크게 달라져 이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출간 직후에 바라보던 문재인과 6개월이 지난 지금의 문재인에 대한 시각의 변화가 크게 달라진 것이 그 주된 이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문재인의 살아온 삶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책의 제목과 같이 문재인의 운명을 크게 결정짓게 된 노무현 변호사와의 첫 만남으로부터 시작해 참여정부 시절, 그리고 퇴임 및 서거 후의 사건들이 좀더 부각되어 서술되어 있긴 하다. 이런 내용의 서술을 통해 문재인이 말하고자 했던 바는 아마도 그가 부르는 ‘운명’이라는 것이 노무현을 만나서 함께한 시간들로 인해 더 구체화 되고 회피할 수 없는 정도로 뿌리 내리게 되었지만 그런 운명 또한 그가 살아온 지난 삶을 통해 거의 필연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참여 정부에서의 일들을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당사자로서 늘어놓는 서술이 가질 수 밖에 없고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약간의 치우침이 있는 서술이긴 하지만 객관성을 크게 잃은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성과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 생각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운 마음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묘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비판이 많았던 일들에 대해서 변명을 하기보다는 사건의 이면에 있었던 일들의 서술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좀 더 잘 보고 판단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게 보이고 일부 억울한 측면이 있다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만 적극적인 옹호의 서술이 보일 뿐이다.
작년 이맘때 쯤이었던 것 같다. 나로서는 문재인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그를 차기 대권주자의 위치에 놓고 당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처음 들었던 때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단순히 호기심과 재미의 측면이 돋보이는 예측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이 출간될 즈음에는 그런 시나리오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6개월이 지난 지금, 6개월 전에는 변수로서의 고려 대상도 되지 않았던 안철수라는 인물과 함께 문재인이라는 인물은 차기 대선에 주인공으로서 혹은 주요한 조력자로서 뚜렷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가 말했듯이 차기 대권주자로서 혹은 그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문재인이라는 인물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인물의 됨됨이라든지, 그가 갖고 있는 철학이라든지, 역량이 아닌 바로 그의 권력에의 의지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 부분은 앞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이라 생각되지만 어쩌면 마지막까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거기에 더해 임명직으로만 일해봤을 뿐 선출직으로 일해본 경험이 없는 것 또한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그가 말한, 그의 인생을 이끌어온 ‘운명’이라는 것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한민국 정치판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지, 6개월 전보다는 그래도 좀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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