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고 있었는데 몇 달 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뒤늦게 읽고는, 공지영이라는 작가의 작품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화 되며 뒤늦게 다시 한 번 사회적 이슈가 된 터에 읽었던 <도가니> 이후에, ‘공지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설 중에 하나를 더 읽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읽게 된 책이 바로 <고등어>다.
80년대 학생운동의 시기를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난 후 그 치열했던 시기를 다시 되돌아 보는 소설은 여러 권 읽었는데, 그 시기에 대학생도 아니었고, 뒤늦은 90년대에 학생운동에 참여해본 경험도 없는 나로서는 그 치열한 시기를 살아낸 자들에 대한 경외감이 일단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을 던져 그 시기를 살아낸 사람들의 인생이 마냥 아름답기만한 것도 아니고, 세월이 지난 후 다시 되돌아 볼 때에 뭔가 이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뿌듯함과 더불어 자조의 감정이 섞인 추억에 완전히 동화될 수도 없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다만 패기 넘치던 젊은 시절의 모습과, 세월이 흐른 후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의 다름을 보며 마냥 뿌듯하기도 뭐하고, 마냥 아쉬워하기만도 뭐한 그 감정만큼은, 세월을 살아온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유사한 감정선에 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의를 위해 싸웠고,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그런 삶을 부여잡고 있는 인물이 비참하게 스러져 가는 것을 그리며 그래도 그런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한 것으로 느껴지는 공지영의 <고등어>다. 하지만 그렇게 망각하지 말고 기억에 남겨둬야 할 필요성의 이면에는 또한 굳이 그렇게 살아야 했을까 하는 회한도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고등어>는 그때는 그렇게 열심히 순수하게 살았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고 있을까 하는 탄식과 함께, 지금은 이렇게도 살아가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무식하기까지 할 정도로 단순한 삶을 살았을까 하는 역발상과도 같은 회한도 동시에 뱉어내고 있다.
공지영이 <고등어>를 통해 하고 싶어했던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확신할 순 없지만 나 또한 <고등어>를 읽으며 ‘젊은 시절의 나는 지금과 달리 이러 저러 했는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 모든 것을 겪어낸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데, 왜 굳이 젊은 시절의 나는 저렇게 살아야만 했을까’하는 두 가지 감정을 모두 느껴볼 수 있었다.
삶에 찌들어 버린 지금의 모습을 보며 핑계처럼 내뱉는 말이 아니라면, 젊은 시절의 순수했던 패기를 다시 기억하며 지금의 나를 다잡는 것도 필요하듯이, 지금의 내 모습을 통해 젊은 시절의 단순함을 반성해볼 수 있는 여지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읽지 못한 공지영의 다른 소설들도 시간이 되면 하나씩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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