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두번이나 오른 적이 있는 ‘하진’이라는 중국 출신 작가가 쓴 소설이다. 중국의 한 변방 도시의 힘 없는 노동자로 살아가는 샤오 빈이라는 인물을 통해 억압적인 중국 사회의 불편한 모습을 블랙코미디와도 같은 이야기로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중국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에는 오히려 영문으로 소설을 쓰는 것이 더 객관적인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되어 영어로 쓴 하진의 첫 소설이었다는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뒤늦게 정정한다. 하진은 그 전에도 영문으로 소설을 계속 발표했고, 객관적이 되기 위해 영문으로 처음 소설을 썼다는 것은 프랑스 작가의 다른 소설 이야기다)
내 나라의 이야기였다면, 그래서 내가 몸 담고 살아가며 직접 겪고 옆에서 지켜보던 이야기를 이런 블랙 코미디의 형태로 읽게 됐다면 단순히 가볍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감정보다는 씁쓸한 뭔가가 더 먼저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에 대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아는 바가 있고, 그 현실이 크게 잘못되었기에 바꿔보려는 노력을 해보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에 대해 절망도 해본 상황에서야 비꼬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일종의 카타르시스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인가 보다. 현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에게 그 현실에 대한 블랙코미디는 씁쓸한 자조가 아닌 그냥 코미디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비꼬고 비아냥거리는 태도만 문제 삼으며 불편해 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무식함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 채 고고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내 수준엔 현실을 좀 더 현실감 있게 고발하는 소설이 더 다가왔을 것 같다.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는 이미 그 어떤 나라보다도 가까운 나라이겠지만 삶의 구체적인 현실에 있어서 중국은 여전히 멀기만 한 나라다. 중국 저 깊은 곳의 현실을 잘 모르는 나에게 <니하오 미스터 빈>은 ‘블랙’코미디보다는 그냥 코미디에 더 가까운 가벼운 이야기로 섭취되어 버렸고 정작 중요한 핵심은 소화되지 못한 채 웃음 뒷자락으로 사라져 버린 듯 하다.
이런 씁쓸한 이야기를 마치 어린 시절 늑대와 양이 나오는 동화처럼 읽어버렸다. 늑대는 양을 죽여 양의 살을 찢어 배를 채우려 하고, 양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어쩌면은 잔인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가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동화의 한 장면으로 그려지듯이 나는 이 소설을 그냥 한 편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 읽었다.
물론 소설 자체가 동화처럼 재미있게 쓰여진 것도 사실이다. 샤오 빈을 괴롭히는 직장 상사도, 그의 하소연을 무시하는 지방 관료도 현실에서는 치가 떨릴 정도로 비열한 사람일 터이지만 소설 속의 그들은 그냥 어린이들이 서로 티격태격 하는 것처럼 귀엽고 때론 앙증맞게도 보인다. 게다가 이 소설을 홍보하는 쪽도 현실에 대한 반어적 문제제기보다는 그냥 유쾌한 이야기에 그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추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길이도 비교적 짧고, 이야기 구조도 단순해 시간 때우며 읽기에는 크게 문제 없다 생각된다. 하지만 모르겠다. 정말로 내가 현실을 몰라 소화하지 못한 작가가 던진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인지… 어쨌든 블랙코미디 소설이건 그냥 코미디 소설이건 나로서는 그리 주목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고까지는 생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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