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을 캐스팅하며 배우와 감독간에 협의를 한 것일까. 홍상수 영화는 당대의 유명한 여배우를 캐스팅하여 평소엔 보기 힘든 노출신을 보여준다는 점 또한 그의 영화의 독특한 점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그런 그의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배제된 채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역시 인물들간에 흐르는 주된 흐름은 '어색함'이다. 불친철한 식당 종업원에게 성질내고 나와버린 중래(김승우)에게 다시 돌아가 사과하라며 요구하는 창욱(김태우)의 장면은 역시 이번 영화도 기존의 홍상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극장전>의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상원이 형과 함께 악기점 앞에서 나누던 대화의 어색함,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동수가 대학 동창의 가족과 함께 우연히 식사를 같이 하게 되는 장면에서 벌어졌던 어이없는 어색함의 장면들이 생각나게 만든다. 닭살 돋도록 어색한 상황의 설정과 지속, 그리고 계속되는 집착등으로 이루어지는 인물들간의 갈등은 여전히 홍상수가 말하고 싶은 그 무언가에 속한 것인듯 싶다.
극중 문숙(고현정)과 선희(송선미)가 식당에 마주앉아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여주는 장면은 실제 두 여배우가 꽤나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콧날의 실루엣은 마치 대칭의 그것을 보는 듯 닮아 있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은 채 나온 영화속 문숙의 첫 대사의 목소리는 배우가 고현정인지 송선미인지를 언뜻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아있다.
극중 중래가 문숙에게 자신이 타인을 인식하여 이미지화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직접 그림을 그리며 설명한 그 장면의 내용이 아마도 이 영화에서 홍상수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그 말대로라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나 온전히 그를 알려면 수많은 접촉의 지점이 있어야 한다. 단지 하루, 이틀 만난 사람 사이에서의 어색함, 오랫동안 아는 사이였지만 여전히 어색한 선후배 사이에서의 어색함. 결국 제대로된 접촉의 횟수가 극히 적은데에서 기인한 것인가보다.
또 한 1년쯤 지나면 어느샌가 '아 홍상수 영화 하나 보고 싶다~'하는 마음이 들 때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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