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는 Washington D.C.로 부터 시작해서 미국 동부쪽을 훑고 오는 여행을 생각했었는데 막판에 마음을 바꾸었다. 미국 동부쪽은 다음에도 가 볼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미국 중부를 도는 여행은 앞으로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보여 이왕이면 다시 하기 힘든 코스를 잡아보자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스는 Champaign(IL)에서 부터 시작해 St. Louis(MO) -> Memphis(TN) -> Little Rock(AR) -> Dallas(TX) -> Colorado Springs(CO) -> Denver(CO) ->Kansas City(KS,MO)로 돌아 다시 Champaign(IL)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총 8박 9일 걸리는 일정으로 렌트한 차의 미터기에 찍힌 총 운전 거리는 3012 mile, 그러니까 4847km에 달했다. 달라스에 살고 계시는, 결혼 주례도 해주셨던 민영기 목사님 댁에서 3박 4일을 머물렀으니 사실상 6일간 3천마일을 달려 하루에 평균 800km를 달리는 강행군을 펼친 셈이다.
여행 중에 찍은 사진들은 나중에 시간이 되면 천천히 올리도록 하고 그냥 글로나마 간단하게 남겨본다.
- St. Louis를 매번 New Orleans로 헷갈려 해서 그런지 St. Louis를 되게 칙칙하고 볼 것 없는 도시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중서부에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가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Champaign이라는 시골에 살고 있는 아내와 Champaign보다는 그래도 좀 더 나은 Ann Arbor에 살았던 나 모두 St. Louis의 아름다움에 완전 반해버렸다. 박물관 앞의 너른 잔디밭이며, 분위기 좋은 노변 커피숍의 풍경이며 정말 살기 좋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끊임 없이 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대표적인 명소라 할 수 있는 Arch Gate도 좋았고...
- Memphis는 예상했던 것 보다 실망스러운 곳이었다. 무슨 음악 축제가 있을 때 가면 또 모르겠지만 썰렁한 도시에 볼 건 별로 없었다. Beale Street이 유명하다 하여 들렀는데, 독특한 느낌은 있었지만 너무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한산하기도 하고 그닥 내 취향은 아닌 듯 했다. Grace Land라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가와 그 주변을 박물관 처럼 꾸민 곳이 있는데, 그 밑 주차장까지만 가서 사진 몇 방 찍고 왔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기억하고, 인생의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그에 대한 기억을 추억으로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비싼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가볼만한 곳이겠지만 딱히 그런 추억거리가 없는 나로서는 입구에서 찍은 사진 몇장으로도 충분한 듯 싶었다.
- Little Rock은 Arkansas 주의 주도다. 그냥 작은 시골 마을일 뿐인데, 아칸소 주 출신으로 대통령을 한 클린턴 기념 도서관(이라 되어있지만 사실상 박물관)이 있어 가는 길에 들렀다. 처음엔 별 기대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언제 우리가 클린턴 기념도서관을 일부러 찾아올 일이 또 있겠냐 하며 갔다가 예상치 않게 좋은 구경을 했다. 잘 꾸며 놓은 자료들과 여러 소장품들을 보면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기념 도서관들도 이렇게 충실하게 꾸며져 지어진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 Dallas에서는 크게 본 것이 있다기 보다는 달라스 바로 옆 Plano라는 곳에 살고 계시는 민영기 목사님댁을 방문해 머문 것이 가장 큰 추억인 것 같다. 3박 4일간 여유있게 머물면서 매일 밤 12시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지낸 시간들이 정말 좋았다. 6년 전 결혼식 때 달라스에 살고 계신 목사님께 주례를 부탁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6주년 결혼 기념일을 달라스의 목사님 댁에서 맞게 되어 더 뜻 깊었다고나 할까. 근처 몰에 가서 산책도 하고, 목사님 둘째 딸 지영이의 학교 오케스트라 야외 공연에도 같이 가고, Catan이라는 보드게임을 몇시간 동안 하면서 보드게임에 몇년 만에 푹 빠져보기도 하고(이 Catan이라는 보드 게임은 한국 돌아가면 바로 구매에서 부모님과 한번 해볼 생각이다.), 같이 주일 예배도 드리고 하면서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 사실 2년 전 미국에 공부하러 오면서 가장 먼저 들르고 싶은 곳이었는데, 2년의 공부를 다 끝내고 다시 한국 돌아가면서도 찾아뵙지 못하고 돌아가게 될 것 같아 무척 아쉬웠는데, 이번 여행에 찾아뵐 수 있어서 너무 다행스럽고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 Dallas에서 머물며 게을러지고 피곤해지면서 굳이 Colorado Springs까지 멀게 도는 여행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고민하며 짧은 루트로 여행을 마무리하려던 찰나에 Colorado Springs의 볼만한 경관 소개 몇개를 검색해서 보고는 먼 길이지만 주저 없이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지어진 Royal Gorge Bridge와 붉은 색의 기묘한 생김새의 바위가 가득한 Garden of the gods는 12시간 넘게 운전한 피곤을 충분히 보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볼거리였다. 가까운 곳에 서로 위치한 Colorado Springs와 Denver중 특히 Colorado Springs는 나중에 기회만 된다면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만큼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도시가 그 자체로 예술이었던 것 같다. 언뜻 볼 때마다 유럽 알프스의 한 마을을 보는 듯한 느낌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 Kansas City는 정말 시골 마을일 것이라 생각했다. Ann Arbor보다도, 심지어는 Champaign보다도 더 시골 마을이라 생각하며, 돌아오는 길 거리가 너무 멀어 하루에 돌아올 수 없어 잠시 하룻 밤 머물러 가는 곳으로만 생각하고 들렀다가 뒤통수 크게 맞았다. 오즈의 마법사 속의 이야기로 인해 만들어진 편견이 너무 컸나보다. 이렇게 좋은 도시가 중서부에 또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사실상 깡촌에 사는 건 다름아닌 나와 내 아내였음을 절절하게 깨달았다. 이 날은 특히 날씨도 완벽해 거리를 걷는 동안 마치 서부 샌프란시스코의 아주 잘 꾸며진 거리 한 곳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St. Louis와 Kansas City에 연속으로 충격타를 맞으며 왜 사람들이 Ann Arbor나 Champaign을 공부하기에 좋은 곳이라 하는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여기선 공부 말고는 할게 없는 것이다.
2년간의 짧다면 짧은 미국 생활 마치며 후련한 것도 많고 아쉬운 것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아쉬운건 이런 로드 트립 아닐까 생각된다, 끝없이 달릴 수 있는 넓은 땅과, 매번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는 로드트립의 매력... 아마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가장 그리울 것 같다. 적어도 1년에 한번 정도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정말 더이상 바랄게 없을 것 같은데....
암튼 정말 좋았던 여행이었다.
p.s. 사진 정리해서 올리는 것을 게을리 하고 있는 차에 아내가 몇 곳의 여행 장소 사진을 블로그에 업데이트 했다. 그 포스팅을 여기에 링크하는 것으로 사진 올리는 것을 대신하련다.
- 텍사스에서 콜로라도 가던 길 http://mquickly.tistory.com/162
- St. Louis http://mquickly.tistory.com/163
- Memphis http://mquickly.tistory.com/164
- Colorado Springs http://mquickly.tistory.com/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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