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Malcolm Gladwell이 쓴 4권의 책 중 벌써 3권이나 읽었다. Blink는 몇 년 전 회사 자료실에 꽂혀 있던 책 표지의 문구에 끌려 읽게 되었고, Tipping Point는 아내가 심심풀이로 사다 놓은 것을 발견한 작년 여름에 읽었다. 조만간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전에 읽어야 할 것만 같은 책 리스트를 뽑아놓고 하나 하나 읽어가는 요즘, 그의 세 번 째 책을 손에 잡은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지난 두 권의 책을 통해 그의 책이 설렁설렁 읽어가기에는 딱 제 맞춤일 정도로 재미가 쏠쏠했다는 기억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재미뿐만 아니라 다뤄지는 소재들이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신선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니 비교적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다소 무겁거나 재미없는 책들을 읽는 사이사이에 읽기에는 딱이다 싶었다.

Outlier는 기초통계학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다들 들어봤을 용어인데, 쉽게 말해 어떤 현상을 관측한 표본들을 모아 놓으면 대략 평균 근처에 몰려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끔 혼자 평균에서 멀리 떨어져 혼자 뚝 떨어져 있는 녀석들이 있곤 하는데 이 녀석들을 Outlier라고 한다. 뭔가 전혀 일반적이지 않게 보이는 녀석들이라는 말이다. 수학 시험을 보니 100점 만점에 평균이 35점이고 표준 편차가 10이라면 대략 25~45점 사이에 점수들이 몰려 있고 이를 약간 넘어간 범위에도 적지만 점수들이 나타나는 현상을 보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누군가 100점을 맞았다면, 이 점수가 바로 outlier에 해당한다 볼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 홈런 상위 10위권에 드는 선수들의 평균 홈런 수가 25개 정도인데, 한 선수의 홈런수가 만약 72개에 달한다면 이것도 outlier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런 outlier의 개념 중에서 특히 사회에서 특출나게 성공을 하거나 성공의 조건을 보유한 사람들에 적용하여 이들이 어떻게 이런 outlier의 영역에 속할 수 있었는지, 이런 결과의 원인, 혹은 이런 조건에 따른 결과는 무엇인지를 분석하여 설명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중간 내용은 모두 생략하고 결론만 말한다면, 저자는 사회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가 그러한 자들이 보유한 선천적인 능력 자체가 outlier에 속할 정도로 특별했기에 저절로 이뤄진 결과 때문만은 아니라 주장한다. 오히려 이러한 성공은 후천적으로 얻게 된 기회 혹은 행운 때문이었다는 말이다. 남들보다 월등히 높은 IQ를 갖고 있음에도 평균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교적 평범한 IQ를 갖고 있음에도 노벨상을 탈 정도의 학문적 성과를 낸 사람이 있는 것을 볼 때, 결국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선천적 능력이 아닌 후천적 다른 원인에서 찾을 수 밖에 없지 않겠냐는 말인것이다.

캐나다 프로 아이스하키 리그 선수들 중 특정월에 태어난 선수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점을 발견한 후, 이런 현상의 원인을 찾아가는 것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이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간과하고 넘어 갔던 부분들을 들춰내 그 가려진 곳에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주요한 원인들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기회나 행운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것일 수도 있지만 보다 더 큰 사회 집단이 같이 공유하는 문화적 특성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동양인들이 특히 수학에 강한 이유를 다름아닌 쌀을 주식으로 삼아 경작해온 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거나 한때 사고율이 높았던 대한항공의 경우 높은 사고율의 원인이 다름 아닌 권위를 중시하는 문화에 원인을 둘 수 있다는 주장들이 바로 이런 문화적 요인에 해당하는 예들이다.

아무튼 Gladwell의 책은 평소 거의 생각해본 적 없는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생각된다. 그리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 술술 읽히고, 기분 전환하며 읽으면서 나름 꽤 신선한 자극이 되니 이만하면 되지 않나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은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분석의 양 대비, 이를 활용할만한 방법론적인 측면은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지고 있어 새로운 시각이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새로운 시각 자체의 흥미로움에서 멈춰버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몇몇 사례의 경우는 변화를 이끌어낼 방법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이런 경우 분석 자체가 필연적이라기보다는 결과를 미리 상정한 상태에서 이를 설명하는 식의 약간의 억지스러움을 끼고 이뤄져, 과연 이런 다소 치우친 분석 결과를 통해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논리적 추론의 방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쌀경작 문화에서 수학 실력의 월등함의 원인을 찾는건 너무 작위적이다 싶다. 베이징의 나비 날개짓 하나로부터 논리적 추론을 통해 미국에 닥친 허리케인이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미국에 닥칠 허리케인을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을 조작하여 예방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베이징 나비의 날개짓과 미국의 허리케인간의 귀납을 증명하였다 한들 이는 분석에 머물 뿐, 변화를 이끌어 낼 적용의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Gladwell의 책 3권을 읽어본 바에 따르면 그의 책은 적어도 신선한 관점을 제공한다는 측면 자체만으로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고, 매 번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어떤 책이던 그의 책을 읽고 괜찮다 생각이 들었다면 다른 책들도 그 정도 기대를 갖고 읽는다면 실망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아직 읽지 않은 그의 <What the Dog Saw> 또한 새로운 재미와 신선한 자극을 제공할 것이라 믿기에 조만간 심심할 때 읽어볼 생각이다.


* 이책은 <아웃라이어–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출간 되었음.


'About >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eap  (0) 2011/06/03
Please Look After Mom (엄마를 부탁해)  (4) 2011/05/15
Outliers - The Story of Success (아웃라이어)  (2) 2011/05/03
Different (디퍼런트)  (0) 2011/05/02
The Shallows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2) 2011/04/27
The Kite Runner (연을 쫓는 아이)  (0) 2011/04/26
◀ PREV : [1] : ... [84] : [85] : [86] : [87] : [88] : [89] : [90] : [91] : [92] : ... [539] : NEXT ▶

BLOG main image
Gustav Mahler(1860-1911)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39)
Impressions (286)
About (237)
Photo (16)
Today : 17
Yesterday : 189
Total : 310,672
Statistics Gr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