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맞는다면 두어 달 전 뭐 좀 읽을 만한 것 없을까 하고 HBR을 뒤적이다가 이 책의 광고를 발견했던 것 같다. 하버드 경영대학에서 한인 출신으로는 최초 tenure를 받은 문영미라는 교수가 이 책의 저자라는 것을 어디선가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어 Amazon.com에서 다시 검색해보니 이 책의 독자 평점도 무척 높게 매겨져 있었다. 게다가 2년간 경영 관련 분야 공부를 한 후에도 나에겐 여전히 오리무중처럼 느껴지는 마케팅을 주제로 한 책이었기에 한 수 배워볼 수도 있겠다 싶어 바로 구매를 했다. 물론 이번에도 Kindle E-book으로 구매 했다. iPad 사용 8개월여 만에 E-book 포맷으로 발간된 책은 종이 책으로 사는 것 보다 E-book으로 구매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책의 내용은 제목 <Different>에서 알 수 있듯이 제품이나 브랜드의 차별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정 category에 속한 제품이나 브랜드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브랜드 자체의 숫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브랜드 내 제품이 종류도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는데, 이런 경쟁을 통해 서로 다른 특색을 갖는 다양한 제품들이 시장에 나타나기 보다는 오히려 제품간의 차별성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점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제품 형성 초기에는 동일 카테고리 내 제품의 수도 적고, 제품별로 특징도 약간씩 다르지만 어느 제품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할 경우, 다른 경쟁 제품에서도 유사한 기능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경쟁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세부 카테고리를 세분화 한 제품이 나오는 경우에도 경쟁사는 바로 이런 추세에 편승하게 된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제품의 종류도 증가하고 제품의 수도 급격하게 증가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에는 종류가 많아지긴 했으니 결국 이거나 저거나 별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제품들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부제 <Escaping the Competitive Herd>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국 이 책은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하긴 하지만 결국 특색 없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되어 버리고 마는 지금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의 방법으로 저자는 크게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서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방법들이라기 보다는 이 네 가지 방법을 기본으로 하여 다양하게 변형된 방법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방법 별 실제 제품이나 브랜드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고 변형된 방법의 예시도 실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네 가지 방법들이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 어딘가에서 한번쯤은 들어본 것 들이고, 예로 드는 제품, 브랜드도 거의 대부분 어디에선가 익숙하게 들어본 이야기들이다.

비즈니스를 뜬구름 잡는 일과 같다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로서는 특히 마케팅 분야가 더욱 뜬구름 잡는 일처럼 느껴진다. 뜬구름 잡는다 하여 의미 없고, 맥락 없다는 부정적인 뜻을 전달하려는 것은 아니고 뚜렷하게 구분되어 정리되기 힘들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인데, 이 책의 저자 또한 차별화를 위한 어떤 정석의 방법론이 존재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자신 또한 확실한 정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책의 말미에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이게 정답이다’라고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없는 게 비즈니스 세계이고, 마케팅의 경우 더더욱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아 갈피 잡기가 특별히 힘든 분야이니, 누구도 쉽게 ‘이게 정답이야’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기에 저자 또한 경영대에서 마케팅을 가르쳐 왔고, 이런 책을 쓰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이게 정답이야’라고 할 수 없는 혼란스러움에 대해 담담하게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customer survey의 한계에 대해 언급하며 차별성을 추구하는 것이 논리적 분석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customer survey의 분석이 오히려 측정 가능한 정보들에만 집중하게 하여 측정 불가능하지만 차별화 전략에 필요한 부분을 간과하여 오히려 차별화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결국 차별화의 아이디어는 어떤 측정 가능한 정보들을 조합하는 것에서 나오기 보다는 누가 더 많이 고민하고, 다소 어설퍼 보여 그다지 현실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우스꽝스러운 아이디어들을 실제 차별화가 가능한 아이디어로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어쩌면 누구나 예상했을 법한 당연한 이야기를 이 책은 결론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 보다는 읽기 전이나 후나 별로 크게 얻은 소득은 없어 보이는 책이다. 마케팅 관련 수업이나 자료를 접할 때마다 늘 이런 느낌을 받는 마케팅 젬병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 책을 읽은 이들의 평가를 보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다들 판단하는 것 같고, 나도 읽어서 나쁠 것 까지는 없겠다 생각은 드는 책이다. 뭔가 새로운 insight를 기대했다가 ‘정답은 없다’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것 자체도 어찌 보면 괜찮은 소득인 것 같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 책에서 다룬 개념을 저자 자신이 직접 아주 간략하게 소개한 영상이 있다. 이 책을 직접 읽을 여유가 안 된다면 3분짜리 짧은 아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실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이 책은 <디퍼런트>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간 되어 있다.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책의 주제와는 약간 핀트가 어긋난 부제로 번역되었다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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