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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부터 미국에 머물고 있는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가 어제 미시간대학 NAM 한국학 연구소 초청으로 ‘한국정치의 새로운 시대정신’이라는 주제로 2시간여 강연을 한다기에 다녀 왔다.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그의 발언을 접하며, 소위 그의 말대로 한국 사회에서 진보 세력은 아직 통치세력이라기 보다는 저항세력으로 여겨지는데, 그러한 저항 세력의 지도자라 하기에는 저항이나 투쟁의 이미지보다는 유순한 이미지가 강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노동운동을 해 온 사람으로서 지금의 위치에까지 오르기까지 투쟁이란 투쟁은 다 해봤을 것 같은데, 보이는 이미지는 그만큼 강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었다.

아무튼, 진보신당 대표로 활동하고, 지난 지방 선거 경기도 지사 후보로 나와 선거를 며칠 앞두고 후보사퇴를 한 이후 진보신당 내에서 일어난 일들을 곁눈질이나마 보고 있던 나로서는 그가 가까운 이곳에 오게 되는 것도 반가운 일이었고, 그가 직접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강의의 내용은 ‘한국정치의 새로운 시대정신’이라는 주제가 말하듯, 현재 한국 사회의 주요 이슈, 정치적 이슈에 대한 큰 그림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뤘다. 향후 한국 정치의 주된 이슈로는 크게 국민 개개인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복지 관련 이슈와 분단으로부터 비롯된 남북 관계 및 이로 인한 주변국과의 관계에 대한 이슈로 나눌 수 있다고 한 후, 각 분야에 대해 좀더 상세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내용 자체는 일반적으로 익숙한 주제를 크게 넘지 않았으나, 원고 없이 진행된 강연이었지만 이슈들의 전개라던지 시간 분배 등의 측면에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정연하게 진행된 강의였다.

그의 말대로 지금의 한국사회는 그 동안 사회의 이슈들을 지탱해오던 아젠다의 큰 그림이 바뀌는 시기인 것 같다. 고속으로 달려온 경제성장의 이면에 그와 같은 속도로 빠르게 드리워진 사회적 그늘을 걷어내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에 사실상 복지나 분단 모든 이슈가 연계 되어 있다. 행복한 삶, 잘 사는 삶에 초점이 맞추어 지면서 어떤 면에서는 정의나 공의의 측면이 다소 가리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정의와 공의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행복한 삶은 존재할 수 없으니 이 또한 잠시 뒤에 가리워져 있을 뿐 공존하는 이슈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금 논의되고 있는 복지 이슈에 누구는 사상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또 누구는 한국사회 상황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물음표를 던졌지만, 이제는 보편적 이슈가 되어 그 의의에 대한 재고와 함께, 그 방법론에 있어서도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진보세력의 존재 가치를 이러한 이슈를 앞서 제기해 온 부분에서 또한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더하여는 2012년 대선 및 그 이후 한국사회의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진보세력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모쪼록 심상정씨가 품고 있는 한국 정치에 대한 새로운 시대정신이 저항세력의 시대정신에서 통치세력의 시대정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올해와 내년 한국 정치권 내에서 야권연대의 의의와 연대의 실제적 의미에 대한 판단과 행동의 근거가 되어 실현 가능한 형태로 한국사회에 적용할 기회를 여러 곳에서 잡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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