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이전에 출간되었던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출간 당시 국방부 금서목록 중 하나로 선정되는 해프닝을 통해 오히려 더 큰 주목을 받는 일이 있었다. 그 당시는 자유시장 이념 하에서의 자본주의의 폐해가 전 세계적 금융 위기로 나타나면서 당시 국내 경제도 큰 타격을 받던 시점이었다. 전세계적으로는 신자유주의라고도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이 금융 위기를 맞아 본격적으로 논의되던 시점이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러한 문제 제기 조차 국가 경제를 혼란 시키는 불순한 세력의 선동으로 치부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장하준 교수의 말처럼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닌 ‘자유시장’ 하에서의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임을 재차 반복해도 이는 자본주의 체제 전체에 대한 부정으로 곡해 되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문제제기는 소수의 목소리에 가까웠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대공황 수준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여러 정책을 통해 방어를 한 후 이제야 한시름 놓으며 쉬어가는 지금,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제 소수가 아닌 다수의 목소리가 되어버렸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가 일어난 것이다. 읽어본 책이 그리 많진 않고, 이제 좀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상황이지만, 뉴스를 통해, 수업을 통해 접하는 거의 대부분의 거시경제 관련 이슈는 자유시장경제의 문제점을 기본으로 삼고 논의를 시작하고 있으니 정말 많이 바뀌긴 했다.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내용을 요약하면, 자유무역주의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의 경제성장을 이끌 기본 성장 동력이라는 선진국들의 주장과 달리 경제 저해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 선진국들의 경우도 선진국에 진입하기 전, 고도 성장기에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사용했다는 사실 하나에 초점을 맞추고 깊게 파고 들어갔다. 반면 이번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대해 오해하고 있거나, 해당 체제 하에서 당연하다 여기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그 논의를 넓히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논의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이슈마다 깊게 파고들지 못하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제기된 이슈들을 토대로 그 다음 단계의 논의를 진행하는 데 있어 그 시작점과 방향을 설정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것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는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자유무역주의의 폐해를 다룰 때 제기 되었던 이슈들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지만, 전체적으로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가정, 기본 개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방향이 맞춰져 있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기업 존재의 최고의 이유라고 못박히게 들었던 기본 개념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자유경쟁을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의 최선의 도구라 선전하는 것과 달리 이러한 자유경쟁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예를 들며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가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해서도 기존의 신자유주의 노선이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로 적극적인 정부의 시장 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복지 정책과 관련된 논쟁이 한창 뜨겁게 달아오른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관심 있을 만한 복지 관련한 이슈 또한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복지 정책을 통한 부의 재분배에 대한 이슈는 크게 소위 사회적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오직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소위 사회적 정의의 관점에서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되더라도 부의 재분배는 필요한 것 이라는 주장을 하기 전에 오직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하여 판단한다 하더라도, 복지 정책을 통한 소득의 재분배가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복지 관련 예산의 증가가 나라의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위험한 발상이고 포퓰리즘에 근거한 기만이라는 주장이 힘을 더하고 있는 현 대한민국의 현실에 있어 이러한 장하준 교수의 문제 제기가 좀 더 심도 깊은 논의의 동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을 당시에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과 같은 문제 제기를 접하기도 쉽지 않았고, 나 또한 그런 이슈들을 소화할 만한 수준이 되지 않아 ‘이런 식의 새로운 접근도 가능하구나’, 놀라움 반, 신기함 반의 느낌을 받으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이번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경우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된 장하준 교수의 문제 제기에 신선함을 느끼면서도 그 전체적인 방향에 있어서는 다른 경로를 통해 접하게 된 이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지난 세계금융위기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지금까지의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그 대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기에 그런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세상에서 ‘그들이 말하기 시작한 23가지’의 세상으로 세상이 그새 변해버린 것 같다.
Kindle로 읽은 두 번 째 책이고, 한국인이 쓴 영어라 그런지 확실히 쉽게 읽혀, 마치 영어 독해 능력이 갑자기 상승한 듯한 착각을 받으며 재미있게 읽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논의된 23가지 이슈는 다시 한번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생각하여 아래에 23가지 해당 항목들을 다시 나열해 본다. 한번 제목만 주욱 읽는 것 만으로도 의미 있을 것 같다.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1. 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market.
2. Companies should not be run in the interest of their owners.
3. Most people in rich countries are paid more than they should be.
4. The washing machine has changed the world more than the internet has.
5. Assume the worst about people and you get the worst.
6. Greater macroeconomic stability has not made the world economy more stable.
7. Free-market policies rarely make poor countries rich.
8. Capital has a nationality.
9. We do not live in a post-industrial age.
10. The US does not have the highest living standard in the world.
11. Africa is not destined for underdevelopment.
12. Governments can pick winners.
13. Making rich people richer doesn’t make the rest of us richer.
14. US managers are over-paid.
15. People in poor countries are more entrepreneurial than people in rich countries.
16. We are not smart enough to leave things to the market.
17. More education in itself is not going to make a country richer.
18. What is good for General Motors is not necessarily good for the United States.
19. Despite the fall of communism, we are still living in planned economies.
20. Equality of opportunity may not be fair.
21. Big government makes people more open to change.
22. Financial markets need to become less, not more, efficient.
23. Good economic policy does not require good economists.
3. Most people in rich countries are paid more than they should be.
4. The washing machine has changed the world more than the internet has.
5. Assume the worst about people and you get the worst.
6. Greater macroeconomic stability has not made the world economy more stable.
7. Free-market policies rarely make poor countries rich.
8. Capital has a nationality.
9. We do not live in a post-industrial age.
10. The US does not have the highest living standard in the world.
11. Africa is not destined for underdevelopment.
12. Governments can pick winners.
13. Making rich people richer doesn’t make the rest of us richer.
14. US managers are over-paid.
15. People in poor countries are more entrepreneurial than people in rich countries.
16. We are not smart enough to leave things to the market.
17. More education in itself is not going to make a country richer.
18. What is good for General Motors is not necessarily good for the United States.
19. Despite the fall of communism, we are still living in planned economies.
20. Equality of opportunity may not be fair.
21. Big government makes people more open to change.
22. Financial markets need to become less, not more, efficient.
23. Good economic policy does not require good econom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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