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2010/07/2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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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받은 임팩트가 너무 강했다. 원작이 주는 임팩트가 단순히 치밀한 스토리 구성에만 한정되었다면 영화에의 몰입은 초반에 쉽게 이루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원작의 스토리를 시공간적으로 재배치하여, 원작과는 사뭇 다르게 시작된 영화 ‘이끼’였지만, 매체의 변환이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서의 스토리 재구성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기에 이러한 재구성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거나 지체시키는 역할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런 스토리의 변형은 일반적으로 원작을 이미 접한 관객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감초와도 같은 요소로 작용하는 법이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원작의 이야기를 살짝 비트는 것을 통해, 원작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도록 구성함으로써 단순히 원작 만화의 복제의 수준을 넘어 나름의 독특한 해석을 통해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 시켰음을 상기해 볼 때, 스토리의 재구성은 몰입을 방해하는 주범은 결코 아니었다.

영화 초반 몰입을 방해한 것은 다름아닌 원작의 스토리의 배경으로 깔려있는 강한 이미지였다. 날카롭고 서늘한, 어두컴컴하고 음흉한 기운이 진하게 깔려있던 원작의 이미지가 전달하는 임팩트가 워낙 컸기에, 원작과 사뭇 다르게 그려진 영화 속의 이미지는 원작을 먼저 접한 이들에게는 몰입을 방해하는 주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어두컴컴하고 기괴했던 원작의 이미지와 비교하면 눈이 부실 정도였다고 해도 그리 과장이 아닌 밝고 화사한 화면과, 어색한 대화의 이면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어야 할 적대와 의심의 기운이 노골적인 감정표현으로 그려지는 것은 분명한 몰입의 방해요소였다. 이것 또한 스토리의 재구성처럼 의도된 이미지의 재구성이었다면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대사의 거의 대부분을 원작의 지문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고, 공간적 배경 또한 원작의 배경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려 한 흔적이 역력한 것을 볼 때, 이는 이미지의 재구성이라기보다는 이미지 재현의 실패라 하는 것이 적당해 보인다. 이러한 이미지 재현의 실패는, 영화를 보기에 앞서 이미 원작의 이미지에 강한 타격을 받은 경험이 있는 관객들에게는 영화 초반 ‘이게 뭐야?’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반응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이미지 재현의 실패와는 달리, 원작 ‘이끼’의 스토리를 3시간이 채 되지 않는 영화에 담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에 이야기의 시간적 재구성과 적절한 재단, 그리고 스토리의 재해석의 부분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한 부분에서의 부분적 미숙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작과의 비교를 논외로 한다면 영화 그 자체로는 스토리에 있어서나 그 분위기에 있어서나 일관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영화 자체로서의 산만하지 않고 깔끔한 진행은 원작과의 비교를 통해 어색함을 느꼈을 관객들도 영화가 중반으로 접어들 무렵부터는 원작과의 비교로 인한 초반의 어색함을 뒤로하고 영화 자체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영화 초반만 하더라도 원작에서 사용된 대사를 문자 그대로 옮겨오면서도 그 안에 응당 담겨져 있어야 할 느낌은 상당수 소실된 상태로 되어있음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원작 속의 인물의 겉모습은 최대한 비슷하게 따오려 노력했음이 역력하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각각의 표정과 눈빛은 10배는 가벼워진 채로 그려지는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차적인 하자에도 불구하고 매번 흔들릴때마다 방향을 바꾸어가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시종 일관된 자세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게 되니 영화 나름의 뚜렷한 색채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이러한 점은 분명 강점이라 일컬을만하다.

만약 강우석 아닌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면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을 지 생각하다 보면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만든 이가 강우석 감독이라는 것을 전제한다면, 그래서 그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그만의 강점만을 가지고만 판단한다면 이 정도면 정말 잘 만든 영화라 평가해도 될 듯 하다. 엔딩 크레딧 처음 화면에 ‘2010 강우석 감독 작품’이라는 글자만 덩그러니 올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맞다. 이 영화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다. 원작 이끼의 그늘을 벗어나 홀로 평가받을 수 없는 작품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명쾌할 듯 싶다.

아무튼 추천버튼 꾹 눌러줄만하다.


p.s. 원작 만화 속의 인물과 영화 속 인물의 싱크로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는데, 천용덕 이장의 아들로 나온 천순경 역의 경우는 싱크로율이 거의 99%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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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mydaily.co.kr/news/read.html?newsid=201005101617361116>
<출처: 웹툰 '이끼' 제 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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