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를 먹지 않고 지낸지 3주째가 되어간다. 딱히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고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식물성 음식 또한 못지 않게 좋아하는 나로서는 굳이 고기를 먹지 않고도 별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 시도이다. 채식이 좋네, 육식이 좋네, 적당히 먹어야 하네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냥 한두달정도 육식을 최대한 자제하는 생활을 하면 정말 몸에 무슨 변화라도 일어나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시작한 일이다.

물론 주변 상황이 내가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기만 하면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시험삼아 해보는 셈 치고 한두달 정도 말 그대로 육류와 유가공품관련된 모든 음식은 먹지 않는 생활을 해보고 싶지만, 사실 그 정도로 완벽한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말마따나 그런 식생활을 하려면 하루에 2끼에서 3끼를 먹는 회사 식당에서도 먹을 것이 하나도 없고, 모든 음식을 내가 스스로 만들어서 준비해 먹어야 한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최소한의 룰을 정하게 되었는데, 딱히 기존의 채식주의에서 구분해놓은 여러 단계들에서 비교하면 가장 낮은 레벨의 채식수준인듯 싶다. 일단 평상시 쉽게 먹을 수 있는 육류 즉,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등의 육질을 직접 섭취하지 않는다. 편의를 위해서 직접 육류를 먹지 않는 것으로 했고,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 등의 국물은 먹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문제에서는 일단 먹는 것으로 했다. 왠만하면 이런 경우도 피하고 싶었으나, 이런 경우를 피하려고 하니 단순한 시험이 너무 피곤해질 우려가 있어 최대한의 유두리를 갖기로 했다. 우유는 마시긴 하지만 점차 줄여가볼까 생각중이고, 계란도 현재는 잘 먹고 있다.(계란 들어간 음식을 피하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현재까지는 해산물은 모두 맛있게 먹고 있는데, 해산물에 관해서는 괜찮은 기준을 찾게 되면 나름대로 분류를 해볼까 한다.

결국 지금까지 해온건 아주 간단한 수준, 즉 직접적인 육류섭취만 지양하고, 국물이나, 여타 다른 형태로 섭취되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여기에 덧붙여 어제 룰을 깨뜨리고 먹은 라면 한봉지를 제외하면 채식 위주의 식생활에 더하여 제과업체에서 판매하는 각종 과자류를 먹지 않는 것도 같이 해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딱히 힘들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해산물로 섭취하는 동물성 식품들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딱히 고기가 먹고 싶다거나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얼마전에는 회사식당에 갈비탕이 저녁 메뉴로 나왔는데 안에 들어있는 당면이나 건져 먹어볼까 하고 생각했는데 둥둥 떠 있는 기름을 보니 약간 미식거리는 느낌에 먹지 않았다. 거의 심심풀이 정도로 시험해보는 것인데 무슨 대단한 일인냥 떠벌이거나 표시나게 행동하는 건 죽어라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팀에서 회식을 하러 고깃집에 가고 중국집에 갔을 때에도 다른 동료들이 나의 개인적 실험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하면서도 실험을 계속 할 수 있었다.

혹자는 그것도 채식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뭐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게다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에는 극도로 거부감을 느끼는 나로서는 이정도로 설렁설렁 시작하는 정도가 딱인것 같다. 괜찮다 싶음 좀더 레벨을 높여가며 실험을 계속해볼 생각이다.


* 초식동물이 소화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장이 길기도 하고, 잠도 많이 잔다고 하던가. 그렇지 않아도 많던 잠이 요즘 부쩍 많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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