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rman의 'Jesus, Interrupted' 이후 두번째로 읽게된 Ehrman의 책이다. 역사적 성경 연구에 대해서는 이곳 저곳에서 줏어 들은 것은 꽤 있지만 차분히 앉아서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전혀 없다시피 한 나에게 Ehrman의 책은 첫 발걸음을 떼기에 아주 좋은 입문서 역할을 한다. 이미 이 분야에 깊이있는 이해를 하고 있는 사람의 시각에서 볼 때에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던 이 책들이 다루는 내용들이 그리 깊이가 있다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초심자인 내 입장에서 이 책들은 정말 한 페이지도 허튼 곳에 낭비하지 않고, 역사적 성경 연구의 방법론과, 해당 연구들의 내용들에 대해 논리 정연하게 잘 풀어내 주고 있다.
'Misquoting Jesus'는 성경, 특히 신약성경이 수백년간 필사가들에 의해 필사되어 오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성경 텍스트 자체에 수많은 변형이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이러한 변경과 변형, 왜곡이 이뤄지게 된 원인은 다양하다. 이 책은 이러한 다양한 원인에 대해서 다루며 때론 별로 대수롭지 않은 단순 실수로 인한 변경으로부터 의도적으로 특정 목적에 맞게 성경의 내용을 변형하게 된 경우까지 찬찬히 훑어가며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수많은 변형되고 왜곡된 성경들 속에서 처음 성경, 즉 신약성경의 각 책의 저자가 직접 쓴 원본의 내용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 또한 있었지만 그 어느 성경도 저자가 직접 쓴 원본 성경이 남아있지 않는 현실에서는 결국 불가능한 일임 또한 확인해 주고 있다. 결국 이 오류들 중 일부는 원본으로의 재수정조차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소위 주일마다 교회에 출석하여 예배를 드리고, 예수를 믿는다 고백하는 대다수의 기독교 신자들에게 '성경엔 오류가 많고, 단순한 실수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왜곡도 많다'라는 이야기는 믿기 힘든 사실일 확률이 높을 것 같다. 물론 보다 젊은 층의 기독교 신자들로 그 범위를 좁힌다거나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신자들로 범위를 좁힌다면 적어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처음은 아닐 터이고, 또한 일부는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좁혀진 범위의 신자들에게도 '성경엔 오류가 많고, 왜곡이 많다'라는 이야기가 달갑게 여겨지고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주제로 받아들여지기는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
종교에 관련된 논쟁이나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수순일까. 이 책은 Fact와 그 Fact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한 추론을 분리해서 다루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아무리 신앙심이 깊어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성경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하더라도 엄연한 Fact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엄연한 Fact까지 부정하며 지키려는 신앙은 결국 또다른 형태의 변경된 신앙, 종교일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초반은 왜 성경에 수많은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한 상황 설명과 함께 현재 남아있는 수천권의 성경 필사본의 내용을 들어 성경에 오류가 많다는 말이 성경에 대한 악의적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루머가 아닌 엄연한 사실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특히 최고의 권위를 가졌다 여겨지는 흠정역(King James Bible)이 사실은 가장 오류가 많은 사본을 토대로 집필되어졌다는 내용은 나 또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였다.
이 책의 초반은 이와 같이 역사적인 사건들을 훑어가며 수많은 성경 사본들에 대해 소개를 하고, 각 시대별로 성경 사본을 집필하던 당시 성경학자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많은 각기 다른 버전의 성경 텍스트를 통해서 가장 원본 성경에 가까울 것이라 여겨지는 내용을 추론해 내는 방법론 및 역사 속에서의 실제 연구 내용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책 제목 'Misquoting Jesus'가 의미하듯, 이 책의 후반부는 특히 신약성경의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내용에 있어서의 텍스트 왜곡 및 변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경을 쓰는 저자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되어진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 또한 초대교회를 거치며 다양한 신학적 이론을 지지하기 위해, 때론 서로를 이단이라 배격해야 했던 때에 자신들의 믿음이 정통 믿음이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변경되어지거나 삭제되어지거나 혹은 새롭게 첨가되어진 성경 텍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입문서에 가까운 책이기에 정말 다양한 주제를 최대한 조금씩이나마 다루려 하고 있기에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을 여기에 다 정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점은, 내가 그동안 성경을 읽어온 방식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주일학교 시절부터 교회에서 성경을 배워온 나같은 사람의 경우는 이 책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성경의 내용을 종합해서 이해하도록 교육되었다. 쉽게 말해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이해하기 위해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의 내용을 하나로 뭉뚱그려 하나의 종합적인 스토리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예수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이해해왔다는 것이다. 즉 마태복음에 나온 예수그리스도의 이야기는 마가, 누가복음에 나오는 비슷한 이야기를 통해 보완되고 나서야 비로소 완벽한 예수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는 점이다. 마치 각 복음서의 내용이 그림 맞추기 퍼즐의 한 조각인 듯, 각 복음서의 내용을 이리 저리 배치하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놓고나서야 이를 통해 의미를 파악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복음서 저자도 자신의 복음서가 이런식으로 다른 복음서와 같이 종합적으로 읽혀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터이고, 또한 그렇게 읽혀지는 것이 옳바른 방법이라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릴적 내가 쓴 일기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같은 사건을 기록한 여동생의 일기를 참고한다면 어떤 경우는 좀더 사실에 가까운 상황을 재연할 수도 있을 터이지만, 때론 그 자체가 실제 사건을 더 이상한 형태로 구성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설령 내 일기의 내용과, 동생의 일기, 그리고 부모님의 증언을 통해 하나의 사건을 구성해 낸다 하더라도 이렇게 종합적으로 구성된 이야기에서는 내가 일기를 통해 하고자 했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어색한 사건 구성만 남아 있게 될 확률이 크다.
물론 이러한 종합적 구성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성경의 경우에는 이러한 종합적 구성이 이미 성경을 알던 초기에서부터 교육되어졌기에 각 복음서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듣기가 정말 어렵다는 사실이다. 약간씩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독립적으로 듣고 이를 종합적으로 스스로 구성했다면 종합 구성 이후에도 각기 다른 요소들을 따로 떼어내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겠지만, 아예 처음부터 종합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먼저 들어 익숙한 상황에서는 각기 다른 요소를을 따로 볼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어도 그들의 차이를 발견하기보다는 종합적 이야기의 일부로서로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문제다. 정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도 듣는 입장에서는 100% 똑같은 얘기처럼 들릴 뿐이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의 재판 과정 내내 침묵하시며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으시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한 복음서의 내용과, 재판 과정 내내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내시고,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을 변호하시던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복음서의 내용을 하나로 합쳐 이해하게 될 때 각 복음서 저자가 이 장면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진정한 의미는 사라지게 되어버린다. 각기 다른 입장에서 그려진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하나로 뭉뚱그려 소위 '가상 7언'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버릴 때, 복음서 저자들이 말하고자 하던 핵심은 소실되고 또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예수그리스도의 일곱마디만이 남게 된다. 이 일곱마디를 놓고 의미있는 해석을 이끌어낸다 한들 이는 복음서 저자들이 복음서를 읽는 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린다. 어떻게 보면 '가상 7언'이라는 말을 만들고 한 자리에 예수님이 일곱마디를 늘어놓고 해석을 하는 것 만큼 성경 텍스트의 내용을 왜곡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각 복음서들이 서로 같은 것 같지만 각기 다른 특색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서들은 종합적으로 하나로 되어 해석되어져야 하는 것이라 알고 있던 내게, 이 책은 각 복음서 저자들이 같은 사건을 놓고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다르게 그리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 주었다. 복음서의 내용의 비교를 통해 하나의 종합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보다는 비교를 통한 차이, 그리고 그 차이를 통해 각 복음서 저자의 집필 의도를 추론해 보는 것이 오히려 더 합당한 접근 방법임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 피우며 손에 오랫동안 잡고 있던 이 책을 끝내고, 바로 연관된 책 몇권을 더 주문했다. 하지만 아마도 다음으로 읽을 책은 전에 읽었던 'Jesus Interrupted'가 다시 될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다소 의문이 남는 부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정신없이 재미있게 읽다보니 읽고난 느낌은 확연히 있는데, 읽고난 후 누군가에게 이야기 해 줄 만한 컨텐츠는 뒤죽박죽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다시 찬찬히 읽으며, 이미 다 아는 사실이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정리된 지식으로 남기기 위해 나름의 정리를 통해 블로그에도 다시 정리하며 올리는 일들을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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