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계속 감기가 약하게나마 떨어지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었다. 약국에서 간단하게 살 수 있는 약을 먹어도 별로 신통치 않아 한국에서 보내온 가루 생강차 몇 봉을 며칠 동안 마셨더니 그나마 좀 나아지는 듯 했다. 하지만 몇 봉 없는 생강차는 금방 동이 나 버렸다. 이 참에 생강차를 한번 만들어 보자 생각하고 검색해보니, 생강차를 만들면서 동시에 생강 편강이라는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며칠전 주일에 했던 처음 시도에서는 생강 끓인 물로 생강차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편강을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주요 원인은 설탕을 너무 적게 넣었다는 것. 거의 생강과 1:1의 비율로 설탕을 넣어준 다음에 시작했어야 했는데, 경험 없는 나로서는 대충 설탕 몇스푼 넣고 하면 되는 줄 알고 했다가 몇십분을 계속 저어주어도 설탕 결정은 다시 생기지 않고 생강만 태워 먹었다. 참, 불의 세기도 중요했다. 며칠전에는 그냥 센 불에서 무작정 저어주기만 했는데 그러다가는 설탕의 재 결정이 일어나기 전에 다 타버린다는 것이다.
이번엔 생강을 하루동안 찬물에 담가두어 매운 기운을 빼는 것도 했고, 물에서 건져낸 생강의 물기를 제거하기 위해 채에 생강을 1시간동안 받쳐놓는 것도 했다. 그리고 설탕도 아낌 없이 듬뿍 넣었다. 어차피 설탕의 재 결정이 일어나면 생강에 묻어있는 설탕의 양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기에 설탕 맘껏 넣고 중불에 살살 저어주니 어느새 설탕이 다 녹고 아래와 같이 되었다.
이렇게 된 상태에서 중불에서 계속 저어주면 아래처럼 점점 끓기 시작한다.
사실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설탕 재 결정이 일어나기까지 계속 해서 저어주어야 하는데, 이게 시간이 꽤나 걸린다. 정확히 시간은 재보지 않았지만 최소한 20분 정도는 저어준 것 같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계속 설탕물이 끓기만 할뿐, 재 결정이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며칠전의 악몽이 떠올랐다. 결국 또 다 태워 버리는 것인가. 그래도 설탕 충분히 넣었고, 불도 약한 불에서 잘 저어주고 있으니 분명 이번에는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끈질기게 저어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팔이 아파온다 생각하면서 계속 저어주다보니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정말 한 30여초만에 일어난 것 같다. 갑자기 설탕이 굳는다 싶더니 바삭바삭한 느낌이 들고, 계속 저어주니 조금전까지 있었던 물기가 다 사라지더니, 끈적끈적하게 서로 붙어있던 생강들이 서로 떨어지며 그 주위로 설탕의 재 결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성공했다는 감격에 신나게 마무리하고, 채로 주변에 결정이 일어난 설탕가루를 분리하고 나니 따뜻한 상태의, 말랑말랑하면서 동시에 아삭하게 씹히는 맛의 생강 편강이 완성이 되었다. 하룻동안 물에 담가두어 매운 기운을 적당히 빼어서인지, 설탕의 달콤한 맛과 생강의 매운 맛이 잘 조화된 것 같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색깔이 좀 거무튀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제 이 생강 편강과, 생강차만 있으면 길고 긴 앤아버의 겨울동안 큰 감기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날이 다 나가버린 칼로 생강을 써느라 좀더 얇고 깔끔하게 썰지 못했고, 이번에 산 생강은 한국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엄청 큰 녀석이었는데, 날이 잘 선 칼을 새로 하나 장만하고, 마트에 있던 한국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 생강을 사서 하면 다음엔 눈도 더 즐겁고, 맛도 더 좋은 편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 온 이후로 사실 가장 바쁘고 정신 없는 때인데, 그래도 이거 만들면서 아픈 머리 많이 식힐 수 있었다. 이제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된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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