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공수해온 하루키의 1Q84. 아내가 읽던 것을 건네 받아 한달 전 쯤 읽기 시작해 Thanksgiving 휴일인 오늘 2권 마지막장을 넘겼다. 몇년만에 접하는 하루키의 소설, 게다가 간만에 한글 소설을 읽는다는 즐거움까지 더해지며 읽기 시작한 1Q84. 첫 몇 페이지만 읽어봐도 하루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전형적인 하루키 소설이었다.
내가 읽은 모든 하루키 소설이 그러하듯, 이 소설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들을 잔뜩 벌여 놓기 시작했다. 그 궁금증으로 인해 소설을 읽는 속도도 빨라지지만 새로운 궁금증들이 더해질 뿐 이전의 궁금증들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그리는 하루키의 소설에서 그런 궁금증은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는 것이 대부분임을 이제는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소설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그 궁금증이 그래도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책을 읽어 가게 되는 것 같다.
하루키의 소설 쓰는 방식이 바뀐 것 같진 않아 보인다. 바뀐건 아마도 나의 취향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하루키 최고의 소설이라 꼽는 '태엽 감는 새'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수많은 궁금증과, 그 궁금증 주변을 맴돌며 진행되는 하루키식의 이야기 서술 방식에 감탄을 했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짐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이며 독특한 방식중의 하나라 생각했다. 근데 확실히 내 취향이 바뀌었다. 이런식으로 질러놓고(?) 마무리도 되지 않은 상태로 끝내버리는 게 영 못마땅하다.
노래가 끝날 때 특정 조에 해당하는 음으로 끝나지 않으면 개운치 않은 것처럼, 하루키식의 끝맺음은 이제는 더이상 새롭지도, 뒷통수를 가격하는 신선함으로도 느껴지지 않은 채 개운치 않은 뒷끝만을 남겨주는 것 같다. 2권 중반 까지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는 영 맘에 안든다. 어디선가 흘려 들은 이야기로는 이 소설의 2부에 해당하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던데, 이야기가 좀 더 진행되어 어느정도는 마무리를 짓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하루키 소설을 읽고나니, 이제는 기승전결 뚜렷하고, 해피엔딩이고, 유치하지만 깔끔하게 이야기 마무리 짓는 수준의 영화나 소설을 보며 한 타임 쉬어가며 휴일을 보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