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디어 오늘 차를 구매했다. 여기에서는 비록 중고차를 사더라도 으레 일본차를 사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예산으로 잡은 돈이 그리 많지 않기에 어쩌면은 미국차를 구매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차피 잡아놓은 그리 많지 않은 예산 내에서 차를 사게 된다면 마일리지가 오래된 차를 구매할 수 밖에 없다. 학교는 버스를 타고 다녀도 큰 불편함은 없을 테고, 장보러 약간 다니는 정도다. 사실 주된 용도는 아내가 있는 곳에 다녀오기 위한 장거리 운전이다. 마일리지가 높아도 다소 안심이 되는 차를 사야 했다. 여기서 다녀보니 고속도로 사정이 별로 안좋고, 너무 가벼운 차는 고속도로에서 몇시간씩 달리기에는 좀 불안해 보였다. 이모든 것을 고려하면서도 역시 한국차를 살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오늘 산 차는 소나타다. 2002년식이니 한국으로 치면 EF 소나타다. 배기량은 2700cc다. 마일리지는 5만마일이다. 차 구입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던 예산 범위내에서는 찾기 힘든 상태 좋은 차인데, 예상했던 금액 초과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전에 타시던 분이 워낙 꼼꼼하게 관리를 하셨다. 차 상태가 참 좋다. 이곳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차가 선팅을 하지 않고 밝은 유리 상태로 되어있다. 이 차는 선팅이 되어있다. 사실 그게 꽤나 맘에 든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연락했는데,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분이었다. 같은 동에 사시는 분이었다. 같은 층에 사시는 분이었다. 바로 옆집이었다. 10여분만에 그분과 나 사이의 인맥이 꽤나 많은 가지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좁은 세상이다.
좋은 차도 잘 구매했고, 좋은 인맥도 형성했다. 그리고 난 이분 덕택에 이곳에 와서 3주만에 내일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게 됐다. 차도 없어 그동안 주일날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려야만 했다. 인터넷 속도도 느려 동영상은 꿈도 못꾸고 오디오만 들으며 예배를 드려야 했다.
2.
이곳에 와서 가장 뿌듯했던 구매는 iPhone 3GS 구매였다. 정말 nerd같은 사람이나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iPhone에서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 또한 구매하기 전부터 알던 기능들이고, 한국에서 iPod Touch를 잠시 사용해보면서도 사용해본 것들이지만 요즘들어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몇가지 어플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지도 서비스. 난 여기에 와서 내가 이정도로 길 눈이 어둡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길 눈이 밝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평균 정도는 된다고 믿고 살아왔는데, 여기에서 난 지도가 있어도 원하는 곳을 잘 찾지 못할 정도로 길 눈이 어두웠다. 200여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건물을 수 차례 갔음에도 방향이 늘 헷갈리곤 했다. iPhone이 없었다면 그동안 길을 잃어 좌절스러운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을 것 같다.
iPhone의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면 위의 왼쪽 그림처럼 지금 내가 있는 곳의 위치를 표시해준다. 3G 기지국 망을 이용한 GPS 측정 기술인데, 위성을 이용한 측정에 비해 정확도가 약간은 떨어지지만, 길 찾기에는 전혀 문제 없는 수준이다. 여기에서 화면 왼쪽 아래의 버튼을 누르면 나침반 기능이 활성화 되어 위의 오른쪽 그림처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 기준으로 지도의 화면이 돌아간다. 위의 그림에는 단순히 내가 있는 위치와 나침반 방향 표시만을 보였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검색하면 내가 있는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그곳에 가는 경로가 표시된다. 도보로 가는 방법, 차로 가는 방법, 버스로 가능 방법 모두 선택이 가능하다. 버스의 경우 몇시에 차가 도착 예정인지도 표시가 된다. 무슨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일일이 책자를 통해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유용한 기능이다.
서울에서는 그다지 유용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왠만한 길은 다 알 테니 굳이 iPhone 꺼내 일일이 확인할 일도 없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하더라도 대충 지도만 미리 봐도 찾아 갈 수 있다. 서울에서였다면 '오 신기하네~' 정도로 끝날 일이지만, 여기에서는 아직도 하루에도 몇번씩 이를 통해 길을 찾아가고 있다. 이게 없었다면 나는 주말에도 운행이 되는 버스가 집 근처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고, 학교에 걸어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Ross 건물 지하에 있는 Gymn에서 운동을 한 후 점심을 어디서 먹어야 할지도 모른 채 해맸을 지도 모른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구글 맵을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니 애플 iPhone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니다. 모바일 상에서 인터넷이 연결된다면 구글 맵을 열 수 있는 웹 브라우저 기능만 있어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정말 중요한 건 어떻게 해야 가장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느냐의 문제이다. 아무리 이런 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그냥 길 물어보는 게 더 편하고, 그냥 지도 하나 들고 다니는 게 더 편하다면 그냥 신기한 기능 하나로 끝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유용하지 않으면서 신기한 기능은 두어번 신기해하다가 더이상 실행하지 않게 되는 죽어버린 기능이 되어버린다. 아마 이 기능은 땅덩어리 넓은 이 미국생활에 매일매일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둘째는 이메일 사용이다. 이건 뭐 다른 모바일 폰에서도 다 가능한 것이니 iPhone만의 것은 아니다. 다만 매번 컴퓨터를 열지 않아도 메일을 즉각 확인할 수 있고 필요시 답장도 보낼 수 있다는 사실, 수년 전에 이미 알고 있어 별다른 신기함도 주지 않는 기능이지만, 편리함과 유용함의 측면에서는 처음 느끼는 편리함이다. 학기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하루에 수십통의 메일이 날라온다. 회사 다닐때 처럼 거의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경우라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이제 이곳 저곳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 상황에서 컴퓨터를 종일 끼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컴퓨터를 열때마다 그간 쌓인 메일을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일은 꽤나 번거로운 일이다. 메일이 올 때마다 즉각적으로 확인을 하고,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하고, 해당 메일을 적절한 폴더에 저장하는 일을 하는 것이 주는 편리함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크다.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매번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제대로 정리하는 것은 정보를 소유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다.
이외에도, 이미 다 한번씩 사용해 본 것이지만, 따로 mp3나 pmp 필요 없이 Gymn에서 운동할 때 podcast를 통해 그날의 뉴스를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사실, 미국내 신문이나 뉴스등이 제공하는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받아 볼 수 있다는 점. Facebook이나 Twitter도 iPhone을 사용할 때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다.
iPhone의 진정한 강점은 아마도 이렇게 설명이 될 것 같다. 더 큰 화면에 더 빠른 속도에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서비스들인 것이 분명한데, 막상 사용해보면 더 작은 화면에, 더 느린 속도에서 사용하는 것 같아 백번 불편할 것 같은 iPhone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다. 난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그 어느 모바일 폰도 iPhone을 능가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내가 앞으로 한달간 팀으로 함께 해야 할 Marketing Project는 iPhone의 대항마로 나온 Blackberry Storm의 marketing strategy를 수립하는 것이다. 여러 발표자료를 통해 온갖 상황에 대해 다 설명하고는 '결론은 백전백패입니다'라고 말해버릴까? 아직 본 학기 시작이 아니니 이런 장난스런 생각도 해본다.
3.
3주만에 처음으로 한국 식당에 가서 한국음식을 먹었다. 예전에 출장 갈 때면 사발면이며 햇반이며 김치며 이것 저것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출장가면 그곳의 한국식당에서 밥 먹는 것이 제일 행복했다. 한국에서 5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10000원이 훌쩍 넘는 돈을 지불하면서도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오늘 갔던 한국 식당은 그간 출장 다니며 갔던 어느 식당보다 괜찮았다. 외국의 한국 식당은 뭔가 2% 모자란 묘한 맛을 보여주곤 했는데, 오늘 갔던 곳은 한국의 여느 식당과 같은 맛을 느끼게 해줬다.
오늘 깨달았다. 김치 없이는 못살던 내가 이제는 없이도 살 수 있겠다라는걸. 무슨 부끄러운 한국의 때를 벗었다는 식의 유치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내가 다른 것에는 다 적응해도 죽어도 적응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에 예상외로 너무 간단하게 적응해버렸다는 사실에 놀란 것 뿐이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어디서든 사람은 살게 마련이다. 못할 것 없다. 허, 김치 하나로 너무 오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4.
큰일났다. 영어가 전혀 늘지 않는다. ㅡㅡ;
배움의 곡선을 보면 고원 혹은 평원지대가 한참 있은 후에 다시 상승을 하던데... 지금이 그 고원 혹은 평원지대의 끝에 거의 다다르는 중이라 위안하며 발걸음을 재촉해야겠다. 그 어느때보다도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렇게 영어 실력이 제자리를 맴돌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
5.
다행이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하나님과 관계가 정말 좋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면 제대로 살 수 없을 거라는 것을 내 자신이 먼저 눈치 채고, 하나님 옆에 잘 붙어서 졸졸 잘 따라다니고 있다. 하나님도 여러모로 함께하심을 느끼게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혼자 떨어져 있다보니 갑자기 찾아오는 걱정이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이곳에 보내신 분이 하나님이시니 이곳에서 인도하실 것임을 묵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회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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