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조선일보의 만평이다. 만평이 올라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밤부터 이미 이 만평을 놓고 떠들석했다. 일단 이 만평을 놓고 이야기 하고 있는 글의 일부를 퍼오면 아래와 같다.
1. 전체적인 분위기 잘가라 이런 분위기죠. 노대통령을 하늘로 날리고 있습니다.
2. 마치 분위기가 사람을 연날리듯 날리고 기뻐하는 듯한 분위기 입니다.
3. 근조에 '근'자는 의도적으로 빼먹었군요. 삼가할 '근'를 쓸 생각이 없다는 말이겠죠.
4. 결정적으로 욕나오는 건....아래 군중 가운데..손수건 없는 놈 하나를 박아 놨군요. 순식간에 잘가라~ 이런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림을 곡해한다는 느낌보다는, 숨겨진 의미를 잘 찾아냈다는 느낌이다. 다 맞는 말이다. 죽은자의 승천을 저런식으로 잉크 한방울로 그리는 경우가 있었던가. 아니, 다른건 몰라도 가운데, 손수건 없이 손 흔들고 있는 사람의 그림은 정말 의도적이다. 아마도 이런식으로 본인의 진심을 얄팍하게나마 숨겨놓는 것에 꽤나 뿌듯해 했을 듯 싶다.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지금은 애도하는 시늉을 하겠다만 본심은 결코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양의 탈을 쓰고 있으나 그 뒤에 날카로운 이빨을 숨기고 있는 늑대를 발견할 때처럼 섬뜩하다. 그냥 늑대였다면 이정도로 섬뜩하진 않았을 것 같다. 차라리 대놓고 노무현을 까대던 때가 오히려 덜 섬뜩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의 사설 또한 주목할만 하다. '그를 영원히 떠나보내는 자리다'라는, 다른 곳에서라면 일반적으로 장례식에서 쓰는 상투어로 받아들여 넘어가질 것 같은 문장인데도, 그런 문장에서마저도 영원히 노무현이라는 사람, 또 그와 관련된 모든것과의 영원한 이별, 다시는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는 식의 의미가 묘하게 느껴지는 문장으로 적어 놓았다.
추모민심을 통해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여러 숙제가 있다면 정부, 검찰 다음으로 언론과 정치가들이고, 그 다음으로 국민 개개인일 것이다. 조선일보는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그러한 숙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제기하면서도 그 숙제를 받아 풀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숙제를 나누어주는 선생의 역할을 하며 훈계하고 있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출제위원의 자격을 스스로 부여한 후, 스스로 적절하다 싶은 문제를 만들어 정부를 비롯한 각 단체들에게 반성문과도 같은 시험 답안 제출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가 '거리의 세력'이라 일컫는 집단은 민주당 시험 문제에 '얘네들과 다시 놀지 않을 방법을 찾으시오'라는 식의 타파 대상으로, 숙제할 대상조차로도 취급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또한 국민 모두에게도 숙제를 내주며 답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찾으시오'.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 하지만, 실상은 가장 겸허한 마음으로 반성해야 할 자는 숙제를 던져줄 뿐 같이 풀 생각이 없다. 멍청해서가 아니다. 개념이 없어서가 아니다. 분위기 파악 못해서가 아니다. 남들에게는 숙제를 던져주고 풀어야 할 문제가 생겼다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고, 오히려 속마음은 풀어야 할 숙제 하나 해결한 듯한 모습일 뿐이다.
평소에 대놓고 저들의 목소리를 낼 때에는 그래도 언론의 익숙한 레토릭상의 과장이 어느정도 부풀려졌을거라 미뤄 짐작하여 보기도 했다. 원래 두려워 할 때 송곳니를 더 드러내는 법이라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양의 탈을 쓰고 뒤에서 드러내는 저들의 이빨에서 나는 섬뜩함을 느낀다. 양털 뒤에 감춰진 듯 하지만 뚜렷하게 드러나는 저들의 저속한 비열함을 확인하게 된다.
정말 아이러니하지만 나는 그들이 던져준 숙제의 답을 양털가죽 뒤 그들의 송곳니에서 찾았다.
<사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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