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퀴즈 한가지 내보자.
1. 나라와 민족을 위한 도시 변혁.
2. 녹색영성의 은혜로 이 나라에 생명을 불어넣을 것임.
3. 녹색영성이란 회색 콘크리트 가득한 빌딩숲이 초록 생명 가득한 푸른숲이 되기를 꿈꾸는것.
4. 대한민국의 고결하고 꼿꼿한 위상. 애국심. 정체성.
5. 이 땅이 복음의 청정도시로 변화되는 일에 소명자의 역할을 기쁨으로 감당하기.
서초동에 위치한 한 대형교회에서 도시변혁을 위한 새로운 캠페인을 벌이며 이에 대해 위와 같은 거창한 설명을 열거해 놓았다. 과연 무슨 캠페인을 벌이려고 하는 것일까?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면 그 일을 통해 나라와 민족을 위한 도시의 변혁이 일어나는 것일까?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면 녹색영성(사실 이게 뭘 말하려는 것인지 이해도 안된다)의 은혜가 이 나라에 생명을 불어넣고, 이 땅이 복음의 청정도시로 변화될 수 있는 것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 일이 이런 엄청난 일들을 이 땅에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답이 뭐냐고? 답을 들으면 정말 어이가 없어서 한 5분 정도는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할말을 잃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답이 뭐냐고? 그 교회의 주보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모든 일들이 무궁화 씨앗을 나누고, 이를 심고, 무궁화 화분을 골목 이곳 저곳에 놓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무궁화 씨앗 나누기’가 이 캠페인의 제목이다.
초등학교 저학년(고학년은 해당 안된다)에게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고, 이 나라의 주역으로 자라나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것을 가르친다. 그리고 이 아이들에게 이 나라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다짐을 말해보라고 물어본다. 아마 아이들은 이 질문에 ‘동생과 싸우지 않겠어요’, ‘반찬 투정 부리지 않고 밥 잘 먹을거에요’, ‘매일 일기 쓸 거에요’식의 답을 할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대답은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어서도, 아니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이런 질문들에 고작 위와 같은 답을 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적어도 그정도 머리가 컸으면 구체적으로 자신의 꿈과 이를 통한 나라 사랑에 대한 연관성을 찾아내어 답을 하던지, 아니면 ‘내가 꼭 이 나라를 위해 일하는 일꾼이 되어야만 하나요?’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이라도 던져야 한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반찬 투정 부리지 않고 밥 잘 먹을께요’라고 말하는 학생이 있다면 자세히 타일러 가르치거나, 그래도 안되면 조용히 포기하는게 상책이다.
무궁화 씨앗을 나누고, 꽃을 피우는거 자체는 나쁜거 아니다. 무궁화 꽃 심는다는데 욕할 사람 없다. 박수 쳐달라면 박수 쳐 줄 수 있다. 나이 60이 되어도 반찬 투정은 부리지 않고 밥 잘먹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나라와 민족을 위한 도시 변혁을 위해서, 녹색영성의 은혜를 이 땅에 풍성하게 하기 위해 무궁화 씨앗을 심겠다고 한다면 욕 먹는게 마땅하다. 욕이 아니라면 적어도 자신이 얼마나 창피스러운 소릴 하고 있는지라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라면 창피해서도 ‘무궁화 씨앗 나누기’ 캠페인 벌이면서 위와 같은 거창한 레토릭을 갖다가 붙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거창한 레토릭만 안 붙여도 그럭저럭 괜찮은 꽃심기 운동이 될 수 있는데, 감당도 안되는 수사여구를 갖다 붙이면서 스스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만들어 버리고 만다. 벌거벗은 임금이 벌거벗은 상태로 행차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그 벌거벗은 몸에 화려한 옷이 입혀져 있다고 믿고 한껏 뽐내고 있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넘어 보는이를 안타깝게 만든다.
이러한 말도 안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어!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라는 한 소년의 외침이 그 상황이 얼마나 창피스러운 상황임을 모두에게 인식시켜주었듯이, 이 교회가 하는 이 우스꽝스러운 일에 대해서 누군가는 ‘쪽팔리지도 않으시오?’라고 말을 해줘야 한다. 본인 스스로 대단한 미사여구를 붙여놓고 감격하며 눈물 흘리고 있을 때 ‘에이 이게 뭐야~ 유치하게스리’라고 말해주어 창피스러움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맞다, 이거 사랑의교회 이야기다. 그리고 이 캠페인은 분명 담임목사인 오정현 목사의 머리에서 나왔음에 틀림없다. 거창한 수사여구를 붙이는 것은 오정현 목사의 특기다. 게다가 오정현 목사가 부임하기 전에는 적어도 사랑의교회에서 이와 같이 유치찬란한 일은 하지 않았다. 혹 그런 일을 한다 하더라도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대놓고 크게 자랑하며 한 일은 없었다. 이제는 이런 벌거벗은 임금님 놀이가 사랑의교회의 주된 놀이가 되어버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현재 국가적으로 큰 위기에 있다는 것은 인정할 것이다. 물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지에 대해서는 경제적,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그 의견이 갈릴 것이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모르겠지만, 무궁화 씨앗 뿌리며 민족의 생명이 어쩌고, 녹색 영성이 어쩌고 하는 말들을 하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시체가 썩어 문드러져 썩은 물이 흘러나옴에도 불구하고, 무덤에 회칠해놓고 색깔 예쁘다고 신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내가 다 창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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