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윤창현교수. 내가 이 분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다. 다만 언젠가 MBC 100분 토론에 두어번인가 나와서 토론하는 걸 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을만큼 토론을 잘한다거나 그러진 않은 것 같다. 난 이분의 인상이 선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토론 스타일도 그에 맞게 전투적인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좋은 의미에서 심성이 강하지 않은 분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상대방에 대해 어느정도 예의를 갖추고 대했던 기억도 나고, 굳이 자신의 주장을 끌고 나가기 위해 강한 단어나 강한 어조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상대의 논박에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자신과 다른 입장의 주장에 자연스레 나오는 표현일 뿐, 상대에 대한 조롱이나 비아냥의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스타일의 사람이라면 어쨌든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술자리 같은데에서 그냥 쿨하게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하다 싶은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이분 미네르바라는 사람한테 언젠가 욕한번 먹었나보다. 그가 한 경제신문에 지난 8월에 기고한 글을 인용하여 미네르바가 그를 ‘또라이’라고 한것에 대한 억한 심정을 그간 갖고 있다가 이제서야 그 때 자신이 겪었던 억울한 심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은 그 기고에서 환율이 오르면 물가는 오를 여지가 있지만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할 수 있고, 반면 환율이 내려가면 경상수지 적자가 되어 도리어 약자가 고통을 당할 수 있다는 내용을 말했을 뿐인데, 익명의 미네르바가 자세한 설명도 없이 자신을 모욕했다고 말씀하시고 계신다. 당시 모욕감에 못이겨 혼자 포장마차에 달려가 술을 마시며 분을 삭일 뿐,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초야에 은둔하며 살아가는 학자라면 모를까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 환율이 거침없이 올라가며 서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환율이 내려가는 것보다는 올라가는게 오히려 더 나을 것 같다는 주장을 하면서 한 소리도 듣지 않을 거라 생각할 정도로 사정 돌아가는 걸 모르고 계셨던 것일까? 본인의 선한 성품에 맞게 과도한 강조어구를 넣거나 대단한 아젠다를 섞은 글이 아니라고 하여 그 글을 읽는 사람도 본인처럼 선한 성품으로 대응하길 바랬다면 이분 너무 순진하다. 미네르바가 윤교수를 ‘또라이’라고 한 것이 그의 말대로 과격하고 천박하기까지 한 수준의 것이라면 윤교수의 자신의 글에 대한 입장은 순진하다 못해 비겁하기까지 하다. 욕먹기 싫으면 글을 쓰지 말던가, 욕을 먹은게 억울하면 다시 논박하면 된다. 유치원생들 모아놓고 ‘우리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요’ 라는 규칙하에 노는 곳이 아니다. 어차피 이정도 말싸움이 왔다 갔다 할 것은 각오해야 하지 않았을까. 기분이 나쁠 수는 있었겠지만 6개월동안 삭혀두다가 다시 끄집어낼만한 것은 더욱더 아니다.
식당에서 떠드는 아이들을 두고 ‘애들은 뛰어놀 자격이 있다’고 두둔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예를 들면서 인터넷상의 익명의 무분별한 발언들에 대한 문제를 윤교수가 제기하고 있지만 이에 앞서 윤교수가 그 식당에서 조용히 밥만 먹고 있덨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환기해야 할듯 싶다. 본인은 조용히 밥만 먹고 있었을 뿐인데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었던 것은 아닐뿐더러, 정말 그랬다면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의 부모가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게 자연스럽다. 부모가 그런 아이들을 두고도 수치심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무개념 부모라면 속으로 비웃어주면 될 뿐이지 굳이 조용히 밥먹은 분이 모욕당한 느낌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니, 모든것을 차지하고 도대체 이 식당에서 떠드는 아이의 예는 이 상황 어디에도 제대로 끼워 맞춰지지 않는 부적절한 예다. 환율이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쓴 자신의 글은 조용히 밥먹는 것일 뿐이고, 그에 대해 ‘또라이’라고 한 것은 조용히 밥먹는 식당에서 철없이 떠드는 아이들이라는 건가? 결국 윤교수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뭐라고 글을 써서 기고하던간에 상관 말라는건가. 또한 윤교수 말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모욕스러운 기억을 간직한 채 지내왔다고 한다면, 나는 왜 윤교수가 그 당시에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자면 학자답게 상대가 또라이라고 하던 대가리에 든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하던간에 자신의 학자적 양심에 따라 반박하고 나면 될 일이다. 왜 적절한 반박할 방법도 찾지 못해 포장마차에서 울분을 삭히다가 이제서야 때늦은 하소연을 늘어놓는 것일까. 이분 너무 소심한 거 아닐까? 하지만 소심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꽤나 깊숙히 들어오시는 것을 즐기는 듯 하다.
6개월전에는 포장마차에서 분을 삭이시던 분이 왜 갑자기 그 때 일을 지금에 와서 끄집어 내는 걸까. 글에도 쓰셨다시피 미네르바가 익명이었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가 이제 미네르바가 누구인지 밝혀져서? 아니면 검거되었으니 더이상 자신의 글을 놓고 다시는 또라이라고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익명의 미네르바일 때는 뭔가 파워가 대단한 듯 해서 그냥 술로 속을 달랬는데, 알고보니 스펙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는 데다 백수라는 걸 알고 나니 열이 받아서? 암튼 윤교수 미네르바가 검거되고나니 갑자기 6개월전의 수치스러운 기억을 다시 끄집어 낸다. “내가 저런 별 볼일 없는 놈에게 ‘또라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니 열받습니다!!”. 나 윤교수에게 하등의 감정도 없으나 나도 한마디 해드리고 싶다.
‘윤교수님 정말 또라이세요?’
앞에서는 인터넷의 익명성의 폐해니 뭐니 하면서, 잘 들어맞지도 않는 식당에서 떠드는 아이 예까지 들면서 자신을 조용히 밥먹고 있던 손님일 뿐이라 항변하더니, 막판에 와서 하는 소리는 결국 ‘나랑 견주어 스펙이 한참 모자라는 녀석에게 내가 모욕을 당했다니 분하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꼴이다. 상대가 백수라는 것이 밝혀진 마당이라 좀 맘 편하게 논리적 반박이라고 뒤늦게 들고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논리 또한 소위 경제학자라는 분이 들고 나오기에는 좀 모자란 듯한 내용이 전부다. 미네르바가 백수인게 이 분에게는 천만 다행인듯 싶다. 가뜩이나 ‘또라이’라는 말 듣고 분한 와중에, 미네르바가 검거됐다고 해서 보니 본인보다 스펙이 월등한 사람이었다면 윤창현 교수 과연 어떻게 했을까 싶다.
워낙 심성이 약하신 분이라 ‘또라이’라는 말에 충격 받고,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특히, 지금에와서 알고보니 자신에게 ‘또라이’라 했던 사람이 자기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열이 한번 더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스스로 경제학자라는 분이 당시에는 포장마차 술한잔으로 분을 삭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가 이제야 와서 이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거 별로 학자답지 못하다. 그분을 6개월이나 씩씩대게 했던 표현을 다시 쓴다면, 이제와서 이런말을 일간지에 올려 다시 회자시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또라이스럽다.
왠만하면 앞으로 이런 비슷한일 또 생기면 그냥 한번 더 포장마차에서 술이나 한잔 기울이시는 게 좋을 듯 싶다. 원하면 내가 술 한잔 사드릴 용의도 있다. 앞으로 이런 글은 제발 일기에나 적으시길 바란다. 일간지에 [시론]이라는 카테고리까지 씌워서 올릴만한 글은 절대 아니다. 아! 물론 그 일간지가 조선일보라면 이런 글을 [시론]이라고 올릴 수도 있겠다. 내가 그 일간지가 조선일보라는 걸 깜박했다. 조선일보라고 하니 막판에 좀 이해가 되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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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어머나 화들짝! 나 이 글 쓰고 나서 이분 경력 네이버에서 검색해보고 화들짝 놀랐다. 학교 스펙이 ㅎㄷㄷ 하시다. 과연 미네르바가 백수라는 사실에 열 받으실만 하다. 서울대 물리학과 학사에 경제학과 학사학위도 가지고 계시고, 석박사는 경제학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시카고 대학에서 받으셨다. 더 큰일난건, 이분 알고 보니 내 고등학교 선배님이시다. 나중에 동문회에서라도 만나면 나는 죽었다 ㅡㅡ; 이거 묘하게 엮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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