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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s Next Top Model>이라는 프로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J. Alexander라고 한다. 즐겨 보는 프로도 아니고 이리저리 채널 돌릴 때나, 아내가 보고 있을 때 가끔 보는 정도라서 사실 이 프로나, 이 사람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다. 다만 이 친구가 화면에 잡힐때마다 상당히 짜증스러운 감정이 내 안에서 배어나왔다는 것만큼은 인정해야겠다.

덩치도 큼직한 흑인남성이 애교를 떠는것 하며, 여자 화장에 여자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이 그렇게도 맘에 들지 않았나보다. 왜 저런 사람이 이 프로에서 시즌이 바뀌는 중에도 계속 나오는 지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제밤 아내와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이 프로를 잠시 보게 되었다. 시즌 10 중의 한 꼭지였는데 눈썹 위에 반짝이는 눈썹을 하나 더 붙이고 평소의 그가 하던 표정과 행동과 별 차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심결에 내가 이렇게 말했다 "쟤만 보면 정말 어디 골방에 데려가서 잡아놓고 고문이라도 해서 남자다운 모습만 남도록 한 다음에 풀어주고 싶어진다"

아내는 즉시 내 말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억압적인지에 깜짝 놀랐다는 말을 던졌다. 인위적인 컨셉인지 아니면 정말 독특한 취향인지, 아니면 성적소수자인지는 몰라도 어찌되었든 그 사람의 차림새만으로 그런말을 무심결에 내뱉는 나의 말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억압적인지를...

평소 같았으면 아내의 그 말에 이런 저런 항변을 했을 것 같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니라는둥, 어쨌든 이러이러한 면은 내 생각이 약간은 옳다는둥... 그런데 어제는 이상하게 망치를 한방 얻어 맞은 것 처럼 순간 멍해졌다. 저 사람이 나에게 무슨 피해를 준 것도 없다. 저 사람이 뭔가 기분 나쁜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단지 그의 외모와 취향만을 가지고서 그 사람을 판단해버린 것이다. 내가 맘에 들어하지 않는 외모일 수도 있고, 내가 싫어하는 취향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그의 외모와 취향을 억지로 바꿀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는 말은 이제 입 밖에 내놓는 것 조차 상투적이 되어버렸을 정도인데, 여전히 내 생각과 판단 속에는 나와 다른것 일부에 대해서는 다르다는 것이 곳 틀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규정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틀린 것에 대해서는 무차별적인 억압과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있다는 무의식속의 동의도 꿈틀거리고 있었고...

그렇게 망치를 한방 얻어맞고 나니, 정말 신기하게도 그렇게 짜증나기만 하던 J. Alexander의 얼굴이 화면에 비치기만 하면 유쾌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독특한 외모에 독특한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이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정말 귀엽게 느껴졌고, 그가 하나의 표정에서 다른 표정으로 변화할 때마다 그냥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간 암묵적으로 내 속에서 내린 판단과, 폭력성에 대한 미안함인가.... 이 친구를 보기 위해서라도 America's Next Top Model 프로를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이 친구 정말 행동, 표정 하나하나 귀엽기 짝이 없다.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내안에 잠재되어 있던 폭력성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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