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예고편을 보고, 또 극장에 걸린 포스터를 보며 이게 또 무슨 어이없는 영화인가 생각했다. 류승완 감독이 만든 영화를 재미있게 봐온 나였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 본인이 주연으로 나오는 것 뿐만 아니라 정두홍이 그의 파트너로 나온다는 사실은 작은 충격이었다. 무술감독 본연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면서 종종 비중있는 조역의 역할까지 무리없이 해온 정두홍이었지만 영화의 주연으로 나오기에는 좀 드라마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다. <짝패>라는 이름만 해도 참 성의 없이 지었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고, 콘트라스트가 과도하게 과장된 포스터는 또한 이게 무슨 장난인가 싶었다.
어느 기사에선가 2006년 상반기 한국영화에 대해 영화전문 기자를 대상으로 최고의 영화와 최악의 영화를 조사해 다룬 적이 있었다. 당연히 <짝패>가 최악의 영화로 몇몇의 기자에겐 뽑히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짝패>를 최악의 영화로 꼽은 자는 18명중의 조사 대상자 중 한명도 없었고 2명이나 <짝패>를 2006년 상반기 한국영화 최고의 영화로 꼽고 있었다.
이쯤 되니 이 영화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영화를 보지도 않은 채, 류승완과 정두홍이 시간남고, 돈남으니 한번 만들어본 영화겠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돌려서 생각해보니 류승완이 주연으로 나오고, 정두홍까지 주연으로 내세우는 모험을 해서라도 보여주고 싶은 무엇이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영화를 맛깔스럽게 만들어온 류승완과, 한국 영화의 액션씬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독보적인 존재인 정두홍이 만난 영화는 역시 액션씬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영화보다 더 화려한 비주얼을 보여주었다. 또한 액션 드라마의 스토리 라인을 독창적으로 구성하는 데 소질이 있는 류승완은 액션 비주얼이 색바래지 않을 스토리를 덧붙여 정말 괜찮은 영화를 한편 만들어냈다. 가장 연기를 잘하는 감독이라 해도 될만큼 류승완의 연기도 액션영화에서 필요한 만큼의 연기를 보여주었고, 이미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에서 액션이 아닌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정두홍도 주연급 역할을 맞아 나름의 캐릭터를 무리없이 만들어냈다. 악역을 맡은 이범수의 연기도 영화의 맛을 더하는 요소면 요소였지 영화의 맥을 끊는 역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이범수라는 배우 개인을 볼 때 그 자신 연기의 폭이 너무 좁은 곳으로 한정지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짝패>는 킬빌의 어이없이 황당하면서도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화려하고 완벽해보이던 액션씬이 한국영화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재확인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영화였다.
이와는 별도로 정두홍과 나비픽처스의 김성수 감독과 CJ 엔터테인먼트 김주성 대표가 손을 잡고 저예산 액션영화 프로젝트 '짠'을 진행중이라 한다. 신인감독 5명을 선발하여 편당 10억원 정도의 저예산으로 액션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이 기회를 통해 한국 액션영화의 새 지평을 다시 열어갈 인재들과, 주목할 만한 액션 영화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아름답고 고상한 것만이 예술이 아니고, 무조건 때려 부수고 피흘린다고 액션이 아니듯이, 액션 그 자체로도 수준급의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 류승완과 정두홍에 대한 기대가 한층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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