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여동안 계속해오던 채식(정확하게 말하면 페스코 채식일듯)을 한달전쯤부터 잠정 중단에 들어갔다.

도저히 고기를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식욕이 넘쳐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의 여러가지 이유들 중에서 선택할 것 선택하고 버릴건 버리고 해서 내 나름의 채식의 철학을 대충 세웠는데, 그렇게 세운 철학들이 식생활이 아닌 다른 나의 삶의 영역에서의 내 삶의 방식과 자꾸 모순을 일으키는 바람에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졌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환경을 생각해서 채식을 한다고 하면서 가까운 거리도 차를 가지고 다니려고 하는 것이나, 다른 방식의 환경보호에 무관심한 내 모습을 보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이유를 가지고 채식을 해왔는데, 그런 것들이 삶의 다른 곳에서는 철저하게 무시된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니 내 스스로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버렸다.

자기 모순의 상황을 깨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모른 채 하고 뒤는 구린 상황에서 앞에서만 미소 지으려 노력하는 것이 결코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진 않아보였다. 그런 철학들이 내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정도의 내공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채식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계속 혼란스러운 상황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잠시 보류한 채 좀더 깊은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필요가 느껴졌다. 고종석이라는 사람이 그랬다. 지식인은 결국 자신의 철학에 완벽한 모순이 없는 삶을 살 수는 없다고. 결국 그런 모순으로 괴로워하기도 하고 공격받기도 하고 조롱받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런 고민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이다.

여유가 좀 생기면 좀더 진지하게 내 삶을 돌아보고, 좀더 내공을 높여 한층 성숙된 기반에서 채식으로 복귀해야겠다. 바라기는 지금의 시기가 1년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년 이맘때 즈음에는 좀더 정리되고 삶의 여러 부분에서 통일된 채식의 삶으로 다시 돌아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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