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의교회 성도 대부분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이번 대선에서 기호 2번 이명박을 찍는다 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또한 현 담임 목사인 오정현 목사, 원로목사인 옥한흠 목사가 한나라당 당원이라 하더라도(실제 당원이라는 말이 아니라 가정이다), 또는 그 두분이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의 대선후보인 장로출신 이명박씨의 대통령 당선을 간절히 원한다고 하여도 상관하지 않는다. '사랑의교회'라는 교회대표의 직함만 내세우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만 있다면 그 두분이 이명박씨의 당선을 위해 선거유세에서 지지 발언을 한다 하더라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최소한 나는 그 분들의 정치적 성향이 나랑 다르다는 이유로 함부로 그분들의 영적인 권위와 무게까지 애써 무시하지 않을 여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분들의 정치적 성향이 나와 다르다 하더라도 그분들의 영적인 성숙함을 존경할 자세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예배시간에, 그것도 광고시간이나 기타의 시간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주어진 설교시간에 대놓고 기호 2번을 찍으라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를 금할길이 없다. 내가 분노하는 이유는 내가 절대 표를 던지지 않을 기호 2번 이명박을 찍으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설령 오늘 옥한흠 목사가 기호 2번 이명박이 아니라 1번 정동영을 찍으라거나, 혹은 문국현을 찍으라거나, 이회창을 찍으라는 말을 했다 하더라도 내가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는 조금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무슨말을 갖다 붙인다 한들 개인적인 정치적 호불호에 지나지 않을 것을 '하나님 앞에서의 거룩한 양심'과 같은 말을 붙여서까지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으로 포장해서 전달하는 것은 도저히 그냥 참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1907년의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이하며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을 기대하며 여러모로 바르게 서기 위해 노력했다는 한국교회의 현실은 딱 이정도였다. 역사를 주관하는 하나님, 민족의 역사속에서 시대적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거창한 구호를 외치던 한국교회의 존경받는 원로 목사의 수준은 BBK의 검찰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수준이며, 온갖 의혹에 시달리는 유력한 대선후보가 오직 장로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의혹이 진실로 밝혀지는 것을 한국교회에 대한 엄청난 시련과 재앙으로 동일시 하는 오류를 뻔뻔스럽게 부여잡고 있었다. 설교시간 내내 대형교회의 한계와 문제점, 하나님의 공의를 부르짖으며 나름 감동적이며 은혜스러운 설교를 이끌어가던 분은, 그때까지 해오던 말씀을 모두 스스로 부정하며 대형교회의 수만의 교인들에게 기호 2번을 찍으라는 말을 대놓고 하셨고, 하나님의 공의보다는 여러 의혹들이 숨겨져 한국교회에 위기가 오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사울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웠던 사무엘. 비록 하나님의 영을 받아 왕으로 세움받은 사울이었지만 말년에 그가 하나님의 공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들을 벌여왔는지 뻔히 보아온 사무엘이었다. 사울을 왕으로 세우는데 한 몫을 했다는 것도 그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사울을 왕으로 세웠다는 것이 얼마나 그에게 큰 상처이었는지 사울이 잘못된 제사를 드린 이후에는 마음이 상하여 죽는날까지 사울을 만나지 않을 다짐을 할 정도였던 그였다. 그정도 아픔을 겪었으면 제법 성숙할 듯도 싶지만 사울을 이을 이스라엘의 두번째 왕을 세우러 간 사무엘의 모습은 그의 안목이 조금도 성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울의 준수한 외모에 처절하게 속았던 기억이 생생함에도 사무엘은 이새의 맏아들인 엘리압의 준수한 외모에 홀딱 반해 그를 왕으로 세우려다가 하나님께 제지를 당하고, 결국은 하나님의 음성에 이끌리어 가장 초라한 막내 다윗을 왕으로 세우게 되는 이야기를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의 안목이란게 고작 이정도다. 특히 정치라는 바닥에서는 더더욱 사람의 안목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정확한지를 개개인 각자가 여러번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오늘 설교에서도 언급됐듯이 이미 장로출신의 대통령을 뽑았다가 얼마나 큰 고생을 했는가.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수많은 정치인들 중에 기독교인, 집사, 장로들은 또한 몇명이나 되는가. 그 수많은 예수믿는 정치인들이 집사, 장로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고 해서 솔직히 나은게 있기라도 한건가. 그렇게 많이 속아보았으면서도 결국 '믿을건 장로밖에 없다'는 말로 기호 2번을 찍으라는 말을 설교시간에 늘어놓을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에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다.
사랑의교회의 성도중에는 대통합민주신당을 지지하는 성도는 다니지 않는가?, 민주당원인 성도는 없는가? 혹시 문국현을 지지하는 성도들은 없는가? 그런 성도들은 영적으로 눈이 뜨이지 않은 것인가? 영적으로 미성숙한 것인가?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해 하나님이 전혀 기뻐하시지 않는 사람을 대통령이 되도록 지지하고 있는 것인가? 나름의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또한 하나님 앞에서의 개인적인 양심을 갖고 12명의 대선후보중 가장 양심에 합당한 후보를 선택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몇발짝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성도가 있다면, 그가 오늘 설교시간에 옥한흠 목사의 설교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과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시간에 제대로된 근거도 하나도 없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까지 부정당하고 강요당하는 느낌을 과연 옥한흠 목사는 알고 있을까.
사랑의교회의 한계를 알면서도 차선, 차악의 선택이라는 말처럼 강남 대형교회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나은 교회라는 것에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다녔다. 가끔 어이없는 곳에 교회 예산이 쓰이는 것을 보면서도 그나마 상당수의 교회 예산을 비교적 괜찮은 곳에 사용한다는 것에 십일조며, 온갖 헌금도 꼬박꼬박 드렸다. 20대의 열정이 식은 30대에는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부족함 가운데에서 좋은 점들을 찾아내려는 여유 또한 키워왔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한국교회의 위기, 대형교회의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하는 자리에서조차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결론에 이르는 지금에도 그냥 그러려니 있을 순 없다.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일 깜량이 되지 못한다면 내 나름대로의 하나님 앞에서의 양심에 맞는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다.
오늘 설교이후로, 나는 앞으로 눈에 띌만한 어떤 변화가 보이기 전까지는 사랑의교회 대예배는 절대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도 사랑의교회에는 오늘과 같은 걱정을 하지 않고 하나님 말씀만 들을 수 있는 영어예배가 있다. 또한 오늘 이후로 사랑의교회에는 단돈 1원도 헌금을 내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사랑의교회에 내오던 십일조와 각종 헌금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여러 좋은 일들을 하는 단체에 대신 기부하겠다. 헌금을 교회에 내지 않고 각종 구호단체에 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교육을 지금까지 교회에서 받아왔지만, 교회를 통하지 않고도 하나님의 일을 할 방법은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사랑의교회', '옥한흠'으로 검색을 하면 검색이 수월하게 될 수 있도록 태그까지 달아서 글을 남긴다. 부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여러 방법을 통해 지적하는 것들이 소위 영적인 지도자들의 눈과 귀에도 전달되어 자신들의 오류를 깨달을 수 있길 바란다.
오늘 옥한흠 목사님의 설교대로 대형교회는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소유하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교회가 갖고 있는 지금의 능력에 합당한 영적인 수준을 키워가지 못한다면, 지금의 수준에 맞는 정도로 능력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비록 그것이 한국 교회의 위기와 쇠퇴의 증거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것이 하나님이 더 기뻐하시는 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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