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마시기

2006/10/29 20:59

대학원 시절 차 한번 제대로 마셔보자는 생각에 다기세트도 사고, 괜찮은 찻잎도 사서 연구실에 놓고 마셔본 적이 있다. 티백 녹차만 먹다가 제대로 된 찻잎에 다기세트까지 마련해서 마시니 확실히 맛은 좋았다. 하지만 그게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삐 돌아가는 연구실 생활에 그런 식으로 차를 마시며 음미하는 건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도 않고 불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차를 마시는 걸 수업 같이 듣는 어떤 분과 우연히 이야기 할 기회가 있어 이야기 하다 보니 그 분 말씀하시길 자기가 마셔본 가장 최고로 기억에 남는 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분이 하신 말이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어디어디 가게에 가면 몇월에 만든 무슨 찻잎이 있는데, 그걸 사가지고 직접 오색약수가 있는 곳(위치가 어디더라...경상도 어딘것 같은데...)에 가서 그 물 떠가지고 그곳에서 물을 끓여 마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음...차도 제대로 마시려면 이런 경지까지 올라야 하는 것이군....하는 생각이 들고나니 괜히 뭔가 폼나게 마셔보려는 내 행동이 우습게 보였다. 그 직후 다기세트와 찻입은 자취방 찬장 깊숙히 박혀버렸다.

입이 고급인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쉽게 먹을 수 있는 티백 형식의 녹차는 정말 내 입에는 맞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현미녹차 티백을 종이컵에 마시는 것은 정말 최악 중에 최악이다. 커피도 그리 잘 마시지 않고, 그렇다고 티백은 못마시겠고, 직장에서 좀 차다운 차를 마셔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봤는데 별 방법이 없었기에 그 이후로는 주로 생수를 마시는 것에 만족해왔다.

그러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 된 것이 있으니 바로 Tea Infuser라는 것이었다. 아래처럼 생겼다.



저 머리 부분을 열어서 거기에 아래처럼 찻잎을 넣고




더운물에 아래처럼 담구면




티백 녹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훌륭한 녹차를 마실 수 있게 된다. 제대로 다기도구를 갖추고 마시는 것에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티백으로 마시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녹차의 맛을 직장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환경호르몬도 문제가 없다. 이 상품을 본딴 짝퉁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어 환경호르몬이 유출이 걱정되지만, 이 것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있다. 제품 안의 설명서에도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있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이 자세히 되어있고, 거기에 'made in Japan'이라는 사실이 한번 더 안심을 시켜준다. 아직도 일본 제품이라는 사실은 의심보다는 안심을 주는 요인인듯 싶다.

미리 사서 쟁여둔 녹차잎과, 지난주말을 이용해 대만을 여행다녀온 팀원이 친히 나를 생각해서 사다준 대만산 우롱차(우롱차는 대만이 유명하다)를 이 Tea Infuser로 맛나게 마시고 있고, 지난주 중국 항주로 출장갔다 돌아오는 팀원이 내일 전해 줄 녹차(중국에서는 항주 녹차가 가장 유명하단다.)또한 기대중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 작은 거 하나에 거의 2만원이나 하는 가격에 팔았는데, 10월 한달간 공동구매 형식으로 9천원에 팔고 있다. 내일 항주산 녹차를 마셔보고 괜찮다 싶음 저녀석을 하나 더 살 생각이다. 직장에서 차를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마실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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