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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방 창을 열면 식당과, 가게, 당구장등이 들어서있는 건물의 뒷면이 보인다. 언젠가부터 그 건물의 어디에선가 요란한 뽕짝 소리가 아침이면 들려오곤 했다. 휴일인 경우에는 그 뽕짝 소리를 나도 들을 수 있었고, 평소에는 아내로부터 그런 소리가 들려온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듣곤 했다. 처음엔 그냥 식당같은 데서 아침에 청소나 음식 준비를 하면서 직원들이 틀어놓은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들려오는 뽕짝의 음량도 상당히 컸을 뿐더러 라디오나 테입을 틀어놓은 것이 아닌 즉흥적인 음악인듯 해서 의아해 하곤 했다.

휴일인 오늘, 회사에 출근하려고 마음을 먹고 회사까지 갔으나 휴일 출근 시간 입력이 가능한 10시 정각에 1분 정도 늦는 바람에 출근 입력을 하지 못했다. 그냥 근무하고 추후에 사후 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좀 꺼림찍하다 생각이 들어 그냥 이렇게 된 마당에 다시 집에 돌아오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앞에서 말한 그 건물의 앞쪽을 지나오는데 시끄러운 뽕짝 음악이 새어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들어와 작은방에 들어오니 창을 통해 시끌벅적한 뽕짝 소리가 들어오고 있었다. 비도 오고 기분도 별로 좋지 않고, 홧김에 창밖으로 '조용히 합시다!!'라고 소리쳐봤지만 음악의 크기에 미루어 볼 때 해당 음악을 틀어놓은 곳에서는 내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게 뻔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직접 그 뽕짝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찾아가 항의할 생각으로 밖으로 나가 그 건물로 향했다. 소리가 지하에서 들려오는 듯 싶어 계단을 내려가니 회사에서도 종종 가던 중국집이 나왔다. '여기였군' 하면서 중국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소리는 반대쪽에서 들려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계단에서 우회전을 해야 중국집인데, 계단을 내려가니 소리는 왼쪽에서 들려오는 것 아닌가. 소리가 나오는 쪽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고, 그 쪽에서 뽕짝이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문을 열려고 했더니 철문은 잠긴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홧김에 철문을 주먹으로 두드렸지만 저쪽에서는 전혀 눈치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기가 찬 상태로 있다가 중국집에 들어가 철문 안쪽에 뭐가 있는지 물어봤다. 아저씨 하는말. '약장수'랜다. 약장수???

건물 1층 오른쪽 귀퉁이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에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건물의 오른쪽으로 가니 정말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 문을 지나 들어가니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은 돗자리 같은게 깔려져 있었고, 앞에는 마이크를 든 중년의 한 아저씨가 서서 음악과 함께 한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60세 이상의 할머니들 20~30여명이 앉아서 그 아저씨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약장수'가 할머니들을 앉혀놓고 뭔가를 팔려고 열심히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시골이나, 변두리에서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에 다소 황당해하고 있는 나를 보곤 한 할머니가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누가 왔어요'라고 말을 했고, 나는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조용히좀 합시다'라고 말을 했다. 예상치 못했던 분위기였기에 좀더 강하게 보이고 싶었던것인지 '계속 시끄럽게 하면 바로 신고할테니 조용히좀 하세요'라고 말을 하고 나오는데, 조수정도 되보이는 분홍색 남방을 입은 한 남자가 따라나와 죄송하다고 머리를 꾸벅였다.

집에 돌아오니 과연 소리가 줄어들었다.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해졌지만 마음이 그다지 개운치는 않았다. 약장수 말에 솔깃해 그곳에 앉아있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그다지 유쾌하지도 않았고, 그 할머니들을 앉혀놓고 요란한 뽕짝 음악 틀고 분위기 돋우며 뭔가를 팔려고 아둥바둥대는 그 아저씨의 모습도 측은하게 느껴지는건 마찬가지다. 할머니들 솔깃하게 해서 물건 팔아먹는 건 옳은 일은 아니겠지만 휴일 그 아침에 그렇게라도 뭔가 팔아야 하는 모습에서는 측은함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집은 조용해졌으나 맘은 그다지 편하진 않다. 차라리 그냥 음악소리가 들리도록 내버려두었더라면 맘이 더 편했을런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도 대략 오전 11시 정도면 행사가 끝나는지 조용해진다고 한다. 다음번엔 뽕짝소리가 좀 새어나오더라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까보다.

뭔가 내가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작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행동하지도 않으면서도 뭔가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무척이나 불편하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골목길에 족발 판매대를 차려놓고 밝은 불을 켜놓은 상태로 멍하니 않아있는 아주머니를 볼 때에도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구걸하는 사람들을 볼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정말 힘들게 아둥바둥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그 구체적 삶의 모습과 상관없이 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정말, 내가 하는 일들이 언젠가는 그런 힘든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작은 웃음이라도 한번 더 짓게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그런 일이 됐으면 좋겠다. 공돌이 삶이 과연 그런 것과 얼마나 연결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하나님, 내 인생 이끄실때 그런 부분도 놓치지 않으시고 이끌어주시길 정말 기도해본다. 그냥 내 자신의 편안하고, 건전하고, 건강한 삶에만 몰입되어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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