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흥미를 다소 잃은 후 갖고 있던 렌즈를 하나 둘 처분해버렸다. 거의 쓰지 않는 렌즈를 정이 들었다는 이유로 갖고 있기엔 보관도 용이하지 않고 귀찮기도 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덕에 갖고 있는 렌즈는 35mm와 50mm 단렌즈 두개에 거의 쓰지 않는 싸구려 망원렌즈가 전부이다. 이는 맘에 드는 구도로 사진을 찍는 데에 있어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튼 사진이라고 해봐야 거의 출장 갈 때 찍는게 전부였기에 출장 갈때마다 35mm 단렌즈 하나 들고 가서 찍곤 했는데, 화각이 너무 좁아 출장지의 풍경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광각 렌즈가 하나 필요하긴 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미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져서 왠만한 싸구려 광각 렌즈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괜찮다 싶은 렌즈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사진이라도 자주 찍는다면 모르지만 거의 몇달에 한번 사진 찍는 상황에서 마음이 원하는 수준의 렌즈를 산다는 것은 내 스스로도 용납이 안되는 일이었다.
지난 6월말 출장을 앞두고 문득 든 생각이었다. 전자기기는 구매하고 난 후 시간이 지날수록 중고가격은 엄청난 속도로 가격이 떨어진다. SLR 카메라도 전자기기의 한종류가 되면서 부터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렌즈는 전자기기처럼 그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다. 그렇다면 잠시 렌즈가 필요할 때 샀다가 사용한 후 가격을 약간만 낮추어 파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산 렌즈가 바로 17-40 F4L 렌즈다. 광각렌즈에 약간 렌즈가 어둡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광각으로 풍경 찍는데 렌즈가 어두운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L 렌즈이니 화질도 수준급이다. 이렇게 필요한 렌즈를 결정하고는 중고 장터에서 지난 6월 중순에 65만원에 구입했다. 그리고는 출장 기간 동안 그리고 그 이후에도 몇번 잘 사용했다.
다시 팔아야지 팔아야지 하다가 귀찮다는 이유로 계속 갖고 있다보면 조금씩이지만 가격은 떨어지고 다시 사용은 거의 안하는 순환상태로 들어갈 것 같아서 휴가기간을 이용해 엊그제 장터에 렌즈를 다시 내 놓았고, 결국 어제 64만원에 판매를 했다. 쉽게 말하면 한달 약간 넘게 렌즈를 맘껏 사용하고 대여료로 만원을 지출했다고 보면 될 듯 하다.
그동안 렌즈 가격이 크게 내리지 않았는지 만원 내린 가격에 올렸는데도, 있는 곳까지 바로 달려오겠다는 쪽지가 몇통이나 도착할 정도로 열렬한 성원(?) 속에서 거래가 잘 이루어졌다.
다음에 또 렌즈가 필요한 때가 오면 살까, 말까 하는 고민, 가격에 대한 고민하지 말고 조금 귀찮지만 원하는 렌즈 장터에서 구매해서 조심스럽게 잘 사용하고 다시 장터에 내놓는 방법을 사용해야겠다. 한달정도 맘껏 사용한 사용료로 한 2~3만원 정도까지 생각한다면 아마 이번보다 더 열렬한 성원이 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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