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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듣고 난 이후에 봐서 그런가. 생각했던 것 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으나 흥미로운 영화이긴 했다.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 안나 홀츠라는 여인을 등장시켜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의 초연 전후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안나 홀츠라는 여인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의 악보를 필사하는 역할로 그려졌다. 물론 그녀 또한 작곡을 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음악도 중 한 사람이었다.

가상의 인물인 안나 홀츠를 실존했던 베토벤과 대치되는 한 지점으로 세워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다소 역사적 사실과는 맞지 않는 내용들이 종종 있지만 그다지 치명적이진 않다. 세종대왕이라는 명칭은 그가 죽은 이후에 붙여진 이름이기에 세종대왕 자신은 그러한 명칭을 살아 생전에 들어본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극 중에서 베토벤은 자신의 소나타에 이름을 붙여가며 홀츠에게 일설을 늘어놓지만 사실 '월광', '열정'같은 소나타의 명칭은 이후에 붙여진 이름일뿐 베토벤은 그와 상관이 없다. 베토벤이 합창교향곡을 초연하던 즈음에는 거의 귀가 들리지 않아 노트가 없이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속에서는 최소한의 대화가 필요한 장면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에 어느정도 입모양과 보청기의 사용으로도 어렵지 않게 의사소통이 되는 듯 그려지고 있다.

9번 합창교향곡의 초연 장면이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줄 알았는데, 해당 장면은 영화 중반부에 꽤 많은 시간에 걸쳐 보여진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교향곡 연주 장면처럼 이 장면들은 굳이 클래식을 깊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충분히 감동하며 즐길만하다. 찾아보니 이 연주 장면에 사용된 음원도 Decca 음반사의 Bernard Haitink 가 지휘한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of Amsterdam 연주 음악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이 영화 곳곳에 나오는 음악의 음원은 거의 모두 Decca음반사의 유명한 연주를 따왔다고 한다.

암튼 다들 이 합창교향곡 초연장면을 이 영화의 가장 감동깊은 장면으로 꼽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베토벤 후기 현악 사중주에 관한 내용들이 더욱 흥미를 끄는 내용들이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작곡 배경들이 실제 베토벤이 후기 현악 사중주를 작곡한 본의와 일치되지는 않겠지만 나에게는 베토벤의 후기 현악 사중주에 대한 관심을 다시 갖게 만드는 괜찮은 모티브인듯 싶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 사중주는 베토벤의 작품들 중에서도 해석하기 가장 어려운 작품들로 꼽히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현대음악에 어느정도 익숙한 현대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더 신선하고 친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곡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영화의 후반부에 흘러나오는 익숙한 현악 사중주의 선율을 들으며 오랜만에 베토벤의 후기 현악 작품들에 대해 꺼내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영화 속에서 베토벤이 그의 음악에 대해 설명하듯, 나도 소리로 들려지는 음악을 통해 어떤 특정한 영상 이미지들이 불쑥불쑥 떠오른다면 얼마나 좋으려나. 듣는것 자체를 고통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해야겠지.

덧붙임 : 영화속 베토벤을 연기한 에드 해리스의 지휘장면을 보며 에드 해리스라는 배우의 진한 향기가 숨겨지지 않고 흘러나오지만 또한 실제 베토벤의 향기도 진하게 느껴진다 생각되었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영화속 에드 해리스의 지휘 장면과 실제 베토벤의 지휘 동작을 그린 그림을 보니 닮긴 정말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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