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아직 결혼하기 전에 인혜와 라면을 먹었던가, 국수를 먹었던가 했다. 인혜가 갑자기 '오빠처럼 후루룩 소리내면서 먹는건 결례야' 라고 하는 말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한참이나 저항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후루룩' 소리 내면서 먹는데 그럼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예의도 모르는 사람이냐고. 한참이나 옥신각신 했지만 그날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맛있게 먹다보면 '후루룩' 소리 나는 건 당연한데, 소리 내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먹으면 도대체 무슨 맛으로 음식을 먹냐며 끝까지 버텼다.
그 이후 다른 사람들과 면종류를 먹으면서 자세히 관찰해보니,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의 기억으로는 분명 '후루룩'소리 내면서 먹어왔다고 생각했던 많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소리내지 않고 면종류를 먹는 것 아닌가. 내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라서 당연히 다들 소리내며 먹는 줄 알았더니 실상 '후루룩' 소리내며 먹는 사람의 비율은 생각보다 그다지 높지 않았다. 평소엔 생각 없이 '후루룩'거리며 먹고, 다들 그렇게 먹는 줄 알았다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음... '후루룩'소리가 결례로 느껴지더라. 암튼 그 이후로는 나도 자연스레 조심하게 된것은 물론이고.
한번은 인혜와 같이 밥을 먹는데 인혜가 또 나에게 말했다. '오빠 왜 밥을 먹으면서 계속 얕은 킁킁 헛기침을 계속 해? 역시 오빠는 약간 자폐기질이 있어'. 물론 이번에도 맞받아쳤다. 무슨 내가 킁킁 소리를 낸다는 거냐고. 난 그런적 없다고. 그러고 나서 먹던 밥을 계속 먹는데, 내가 거의 5초에서 10초에 한번꼴로 계속 킁킁대는 소리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지했다. 내가 킁킁대는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안 후에도 역시 '남들도 다 그래'하면서 수긍하지 않았는데, 그 이후 주변 사람들과 같이 식사하면서 보니 킁킁대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면종류 먹으면서 '후루룩'소리내는 사람의 비율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전혀 인식하지 못하던 킁킁소리를 인식하게 되니 왜 내가 이런 소리를 내는지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고, 소리 내지 않으려 하니 목이 막히는 듯 답답하기도 하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킁킁대는 버릇을 고치게 되었다. 자폐탈출 만세~!!
근데, 웃긴 사실은 내가 거의 30여년간 면종류 먹을 때 후루룩 소리내며 먹거나, 식사하면서 계속 킁킁대는 소리를 내오며 살아온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듯이 면종류 먹을때 '후루룩'소리내며 먹는 사람, 식사하면서 계속 킁킁대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극도로 긴장한다는 점이다. 30년간 내가 그래왔는데, 이제는 내가 했던 그걸 누군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해진다는 사실이 참 우스우면서도 심각하다.
암튼 일상 예절이나 격식의 수준을 점차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보면 그 이상으로 예민함에 대해서도 수위를 일부러라도 낮추거나 모른척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필요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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