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더라도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는 많다. 보통 그런 영화를 보게 되면 비록 픽션이라 하더라도 그 영화가 실제 역사적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 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정치적인 이슈에 관련된 시각이 조금이라도 관련된 영화의 경우 영화의 주된 내용보다 곁가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한참 왈가왈부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영화의 주된 스토리 사이 사이에 교묘하게 들어있는 감독이나 제작자의 정치적, 종교적 시각을 잡아내지 못하고 배우의 연기가 어떠했네, 배경이 너무 이뻤네, 너무 리얼한 씬이었네, 눈물이 나올뻔 했네 식의 일차적인 감상의 평을 보며 난 종종 그런 무지함에 대해 당당함에 놀라곤 했다.
이 영화의 배경은 미국 남북전쟁 시대이다. 남북전쟁이라 함은 노예제문제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링컨대통령이 속한 곳이 북군이라 알고 있고, 이 영화의 주된 무대가 되는 곳은 남군쪽 진영이니 노예제를 찬성하는 쪽에 속한 이야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영화엔 전쟁 장면도 무시 못할 만큼 나오고, 영화의 전체를 흐르는 주된 배경이 전쟁이라는 현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전쟁의 주된 이슈였을 노예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주된 내용은 전쟁에 나갔던 남자를 그리는 연인, 그리고 전장터에서 연인을 그리워하다 탈영하여 연인을 찾아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추가적으로 전쟁이 흘러갈 수록 남군의 형세가 불리하게 되면서 탈영하는 군인을 색출해서 사살하거나 다시 전쟁터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지역 보안경비대의 횡포에 대한 이야기정도가 이 영화의 전부다.
이 영화도 남북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하에서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에 분명 전쟁과 관련되어 있는 장면들과 대사들 속에는 어느 정도 정치적인 의미가 담겨 있을 듯 싶다. 남북전쟁 시대 남부군에 속했던 지역의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속에 어느정도는 전쟁이나, 정치적 시각도 비춰지고 있는 듯 한데 나는 전혀 그런 부분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 초반부에 남부군과 북부군간에 전쟁이 일어나는 데도, 전혀 그 상황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전쟁씬 내내 어디가 남부군이고 북부군인지조차 계속 헷갈릴 뿐이었다. <태극기를 휘날리며>같은 영화에서는 생김새만 봐도 어디가 국군이고 인민군이고 파악이 되고, 누가 무슨 말을 하면 그게 뭘 말하는 것인지 감이 오던데 이건 도데체 뭐가 어떻게 되가는 건지 전혀 모르겠더란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나 또한 무지한 부분에 있어서는 놀랍도록 당당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무엇이 문제의 이슈인지, 상황이 어떻게 되가는지 잘 모르고 그냥 보기에 좋으면 그게 바로 좋은 일이라, 보기에 좋지 않으면 그게 곳 나쁜 일이라 판단하는 것으로 끝이다. 때론 눈으로 보기에는 좋지 않아 보인다 하더라도 그게 사실은 정의일수 있고, 보기 좋아 보이는 것이 피해야 할 것인 경우도 많을텐데 무지하면 그런 시각을 갖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내가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딱 이 수준이다. 딱 봐서 좋아보이면 헤헤 웃고, 뭔가 심각하다 보이면 이게 아닌가 싶고... 최소한 양심에 찔릴 정도로 무지해서는 안되는데...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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