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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평가 포럼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되더니 결국은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9조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조항'에 근거하여 경고성 주의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오늘 원광대에서 있었던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시간 남짓의 특강에서 선관위로부터 받은 경고성 주의의 근거가 된 선거법 9조 자체가 위헌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잠잠한듯 싶더니 다시 노무현 대통령은 각종 신문의 Top으로 등장하셨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정신상태가 온전한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6개월만 참자는 이야기도 한다. 물론 한나라당은 발끈하며 일어섰고, 민주당과 민노당은 다소 차분한 상태로 노대통령이 좀 자중하는 게 좋겠다는 정도의 표현을 했다. '정말 끔찍한 대통령' , '참 불행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한나라당은 요즘 이명박씨와 박근혜씨간의 내분에 가까운 당내 분쟁 가운데 받은 스트레스를 풀 곳을 찾은 듯 핏발을 세우며 맹렬하게 노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공격받는 쪽에서 타격 받는듯한 모습을 보여야 공격하는 쪽에서도 재미가 있을텐데, 노대통령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으니 한나라당으로서는 그 분노를 가라앉힐 여지도 없는 듯 보인다.

뭐, 나도 노무현 대통령이 이곳 저곳에서 소위 '세련되지' 못하게 저런 말들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다. 물론 그의 발언이 조금이나마 재미있는(?) 논쟁거리가 될듯하기만 하면 부풀려서 써대는 언론의 문제가 없다고는 못하겠다. 다소 노대통령이 세련되지 못하게 발언들을 한다 해도 언론에서 잘 다듬어서 문제될 것은 문제 삼고,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언론에도 그런걸 기대할 수 없고, 언론을 소비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서도 이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들을 대하는 언론이나,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 혹은 이슈를 만들어 내어 거꾸로 언론쪽으로 밀어내는 생산적 소비자의 행동을 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세련됨'은 향후 당분간은 기대하기 힘든 꿈일 뿐인 듯 싶다. '세련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정말 끔찍'하고, '참 불행한'건 노대통령뿐만도 아니고, 언론만도 아니다. 결국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의 상황이 '세련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정말 끔찍'하고, '참 불행한' 것일 뿐이다.

대통령은 공무원이면서 동시에 정치인이고, 법적으로 정치적 행동을 보장받는다. 그러기에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수 없다. 하지만 선거법은 대통령이 선거중립일 것을 요구한다. 정치적으로는 중립이지 않아도 되는데 선거에서는 중립을 지켜야 된다는 두개의 조항이 서로 모순을 일으킨다는 노대통령의 발언은 발언 그 자체로 적당한 지적이다. 그 둘 사이의 명확한 선을 긋지도 못하는데, 선거 중립이라는 조항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비중립 권리까지 제한받는 것에 대해서 노대통령은 지적하고 있고, 그 지적은 감정적으로는 기분 나쁘더라도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특히, 예전처럼 대통령이 거대한 비자금과 권력을 동원해서 전국의 공무원들을 모두 선거운동원으로 알게 모르게 이끌던 때와 달리, 열린우리당이 온갖 선거에서 참패의 참패를 당하는 가운데서도 노대통령으로부터 눈에 띌만한 선거개입의 시도가 없었던 것을 볼 때 노대통령의 이 지적은 진지하게 받아들일만 하다.

대통령의 엄청난 권력과 자금력을 동원에 전국의 공무원을 쥐어잡고 선거판을 휘두르던 때에 이를 조금이나마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대통령의 선거중립 조항이라던지, 대통령 한 사람이 몇번이고 계속해서 대통령을 해대던 악몽속에서 갓 빠져나와 다시는 악몽속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부리나케 만든 대통령 단임제도 이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제대로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태로 남아 있다. 관습헌법을 들먹이며 수도에 대한 정의를 이미 폐기 되어버린 경국대전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그 근거를 찾아내고 있으니, 이런 임시적인 조항에 대해서도 함부로 말했다간 엄청난 공격을 당하기 십상인가 보다.

여전히 차기 대권의 유력한 후보인 한나라당에서는 좀더 '쿨'한 대응으로 '곧 죽어도 반한나라당'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일부라도 다시금 한나라당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줄만큼 여유를 보여주거나, 쿨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을까. 굳이 저렇게 악을 쓰며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는 수준임을 또 한번 보여줘야 했을까.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 하더라도 맨날 이런 식으로 자신의 정신상태까지 의심받는 식의 발언이 될 걸 알면서도 노대통령은 계속 이런식의 상황에서 발언을 해야 했을까? 물론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히 나도 답이 없다. 늘 문제는 나 또한 노대통령의 현명하지 못한 발언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지만 결국 어떻게 하든 욕먹는 상황이라는 것 또한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상황의 소비자 입장에 서있는 우리라도 좀 더 '쿨'했다면 어땠을까. '노대통령 또 열라 재수없게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 같진 않은데, 정말 정치 비중립과 선거 중립을 어떻게 가를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가져볼 수 있었다면 말이다.

아~씨 '모방범' 읽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헛 짓인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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