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ja Vu

2007/05/2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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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본 허무함을 어떻게든 떨쳐버리고픈 마음이었나 보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중 덴젤 워싱턴 주연의 'Deja vu'를 본다 본다 하면서도 아직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재빨리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되는 토니 스콧 감독의 영화이니 이 허무한 마음을 쉽게 달래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역시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토니 스콧의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고 더 세련되어져 있었다.

데자뷰. 익숙하지 않은 장소나 처음 접하는 상황에서 왠지 언젠가 겪어본듯한 느낌을 받는 것, 언젠가 꿈에서 한번 본듯한 익숙함을 느끼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여러 감각들을 전달받아 처리하는 뇌에서 뭔가 전의 기억이나 경험과 유사한 패턴이라 판단되는 순간, 뇌가 잠시 착각하여 이미 겪었던 일인 것처럼 판단하게 된다는 다소 과학적인 설명에서부터 좀더 심오한 영적인 과점에서 해석되기도 하는 데자뷰 현상.

이 영화는 이러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데자뷰 현상을 양자물리학의 이론과 결합하여 평행우주론이라는 이론까지 들먹이며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 탄탄한 시나리오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꽤 매력적인 시나리오가 영화의 재미를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러한 상상속의 상황을 실감나는 영상으로 그려낸 영상기법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의 시간에서 며칠전의 과거를 볼 수 있고,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은 '시간 여행'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일 것이다. 어쩌면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갖고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틀이 어떻게 짜여질 것인가 하는 것은 이미 진부함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봐도 좋을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논리적 모순이 부각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에만 집중하도록 의도된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비슷한 주제의 다른 시나리오와 비교하여 비교적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흐름에 좀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바로 이 영화의 영상 처리이다. '지금 우리는 며칠전의 과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거와 소통할 수 있다'고 말을 하지만 보여주는 장면 자체가 어설프고 진부한 화면으로 가득차 있다면 이야기는 우습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과거를 볼 수 있고, 과거와 소통할 수 있다'는 이미 익숙한 이야기를, 지금까지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영상처리로 실감난 과거를 보여주고 있다. 과학적 이론이 어떻게 사용되었고, 얼마나 논리적인 근거가 제시되고 있는지를 따질 겨를이 없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새로운 영상에 신기해하다보면 어느새 영화에 빠져들어 함께 감탄하고, 깜짝 놀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영화에 몰입하고야 만다.

덴젤 워싱턴의 수준급 연기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로 돌아간다 해서 사건의 흐름이 바뀔 수 있을지 확신할 수도 없고, 과거로 돌아가는 시도가 실패로 끝나 허무하게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약간 당혹스러움을 느끼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었던 건, 이를 연기한 이가 덴젤 워싱턴이라는 사실이 큰 몫을 했을 터이다. 어줍잖은 배우가 폼 잡으며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 장면에서 '피식~'하며 웃음이 터져나왔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똑같은 시나리오를 던져주고, 심지어는 똑같은 콘티까지 던져주고, 비슷한 수준의 제작비를 제공한 후 다른 감독, 다른 주연배우를 데리고 영화를 만들게 했다면 아마 실소만 머금게 되는 어이없는 영화가 만들어 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토니스콧 감독의 연출과 영상의 승리고, 덴젤 워싱턴의 연기의 승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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