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액을 한참 사용하던때 나온 수정 테이프를 보며 신기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수정액은 거의 자취를 감춰버렸다. 수정테이프를 보면 아직 사용하지 않은 수정테입이 감겨 있는 부분과, 다 사용한 수정테입이 감기는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이 두부분은 자세히 보면 톱니바퀴로 맞물려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정테이프>

이 구조가 몇년동안이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톱니바퀴로 두부분이 연결되어있다는 건 곧 두 부분이 회전하는 비율이 일정하다는 이야기이다. 근데 사용하지 않은 수정테입이 한바퀴 돌때 풀려나오는 수정테이프의 길이와, 수정테입 부분이 한바퀴 돌때, 다쓴 부분이 감기는 부분이 돌아가면서 감기는 테입의 길이가 늘 같을 수 없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사용을 계속 할수록 사용하지 않은 수정테입은 점점 줄어들면서 한바퀴 돌아갈 때 풀려나오는 길이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반대로 사용한 테입이 감기는 부분은 점점 같은 회전에의해 감기는 길이가 점점 길어지게 된다.

도데체 이 말이 안되는 구조에서도 어떻게 수정테이프는 팽팽함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가 늘 궁금했다. 역학적으로 말이 안되는 상황을 몇천원짜리 문구에서 관찰하며 갸우뚱거릴뿐 막상 하나를 뜯어서 그 호기심을 해결하진 못한채 지냈다.

며칠전 수정테이프를 사용하다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니 다시 그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번에는 이 미스테리를 풀고야 말리라 하며 한참을 쳐다보다가 드디어 몇년동안 풀리지 않았던 미스테리의 해답을 찾아냈다. 글로 설명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테지만 설명하면 이렇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수정테이프가 감겨 있는 부분의 톱니와 수정테이프가 감겨져 있는 중심 원통이 통짜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어느정도의 마찰력으로 붙어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Supply Gear와 그 중심축인 Stock Roll사이는 통짜로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미끄러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어느 정도 이상의 힘만 주어진다면 중심 원통과 톱니가 헛돌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이 '헛돔' 메커니즘으로 수정테이프는 처음 사용부터 마지막까지 테이프에 적절한 장력을 유지한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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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거 정말 장난 아닌 기발한 아이디어다. 테잎이 한쪽은 점점 풀려가고, 한쪽은 점점 감겨가며 톱니 회전에 따른 길이가 점점 달라지는 상황을 해결할 복잡한 수식을 단지 마찰력 하나로 모두 해결해버린 것이다. 연필 머리에 지우개를 다는 것을 생각해낸 사람이 떼돈을 벌었다던데, 이 구조 생각해낸 사람도 떼돈 벌지 않았을까. 요즘엔 톱니바퀴가 2개가 아닌 하나로 이루어진 수정테이프도 있다던데, 언제 접하게 되면 이번엔 시간 끌지 않고 그 자리에서 구조를 좀 살펴봐야겠다.

몇년이 됐는지도 모르게 한참인 몇천원짜리 문구에 적용된 메카니즘에 이제야 감탄을 하다니... 엔지니어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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