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8월의 크리스마스>가 개봉한 이후로 몇년간 그 영화는 나에게 최고의 영화로 자리매김해왔다. 한석규, 심은하의 연기가 물오를 대로 물오른 최고의 시절에 찍은 그 영화는 이후 비디오를 통해서, TV를 통해서 그리고 DVD가 발매된 이후 구매해서 다시 본 것 까지 포함해서 15회 정도 본 것 같다.

일본에서 다시 만든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사실 각색이라는 것을 과연 했는지, 아니 한국에서 영화 찍을때의 시나리오와 콘티를 그대로 가져다가 찍은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원작과 너무도 유사했다. 여주인공의 역이 구청의 주차단속원에서 근처 학교의 임시교사로 바뀌어 있었지만 이는 아마도 일본에 우리나라의 구청 주차단속원 같은 개념이 없어서 아마도 바꾼 듯 싶다. 이 외에는 거의 바뀐 것이 없이 영화의 대사 한구절까지 너무도 닮아 있었다.

영화의 주된 흐름에 포함되어 그 흐름을 더 유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굳이 빼고 다른 것으로 넣는다 해도 괜찮다 싶을 대사의 한구절까지 그대로 사용하는 바람에 처음에는 좀 쉽게 질리는가 싶었다. 주인공들의 연기와 대사 처리가 썩 맘에 드는 것은 아니었으나 극의 후반부로 갈 수록 원래 원작을 무척 좋아했던 나로서는 스토리의 흐름만으로도 다시 예전의 그 감동이 살아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전혀 각색을 하지 않은 것은 성의부족때문인가, 아니면 한국영화 원작을 너무도 감명 깊게 본 제작자 혹은 감독이 작은 것 하나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일본 영화로 옮겨오고 싶은 열망에 의한 것일까? 한석규가 군대시절 방귀끼는 유령이야기를 심은하와 어두운 골목길을 걸으며 하던 장면에서 군대를 학교로 바꾸었지만 방귀끼는 유령이야기까지 끌어온 것, 놀이동산에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같이 먹는 장면,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가 분무기로 화초를 다듬는 장면과 남주인공이 남몰래 우는 장면등 셀 수 없이 많은 장면이 너무도 똑같아 오히려 원작과 약간이라도 다른 장면이 나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였다.

원작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였다면 이해하겠지만 그런 정성만큼 장면 장면에 담겨있는 감정의 흐름은 많은 부분에서 삐걱거리는 것은 일본인의 정서 코드에 맞추었기 때문에 내게는 삐걱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인가 아니면 감정의 흐름은 놓쳐버린 것일까.

이 영화를 통해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에 있어 구도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다른 구도에서 화면을 잡았다면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정말 똑같은 이야기라는 느낌을 갖게 한 것은 원작과 너무나도 유사한 화면의 구도였다. 카메라가 대상을 잡는 앵글마저 똑같으니 유사함을 넘어 똑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영화가 얼마나 유사하던지, 영화 곳곳에 원작과 약간 다른 부분, 또 마지막 엔딩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남긴 편지를 읽는 부분등 약간 다른 설정이 보였는데, 아마도 이 또한 한국에서 개봉한 원작 영화에는 없어도 감독의 시나리오 상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적혀 있는 여러 내용 중 하나의 구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이 영화의 제대로 된 포스터를 구하려 이리저리 돌아다녀 봤지만 제대로 된 포스터는 DVD 표지의 사진밖에 구하지 못했다. 포스터 구하려 돌아다니다 보니 일본에는 이 영화를 찍었던 사진관과 소품들을 그대로 남겨서 8월의 크리스마스 기념관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다. 사진들 보니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나 영화 찍고 세트장을 관광상품화 한다 어쩐다 하다가는 얼마 안가 색깔 바래고 흉물스럽게 변하는 것과는 달리 정말 아기자기 하게 잘 꾸며논 걸 보니 역시 이런 쪽으로는 일본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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